이라크 수출 성사로 중동에 ‘K-방공망 벨트’ 완성한 ‘천궁-II’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LIG넥스원은 지난 1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국방부와 약 3.7조원 규모의 ‘천궁-II’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 올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라크까지 수출이 성사되면서 중동 주요 3개국을 잇는 ‘K-방공망 벨트’가 완성된 셈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무기인 ‘천궁-II’는 고도 40㎞ 이하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등 공중 위협에 동시 대응하기 위해 국내기술로 개발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체계로 ‘한국형 패트리엇’이라고 불린다. 세계적으로 일부 선진국만 개발에 성공한 최첨단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K-방산의 기술력이 인정받은 사례로 평가된다.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KM-SAM)인 천궁을 개량한 ‘천궁-II’는 패트리엇 미사일(PAC-2/3)과 함께 KAMD의 하층 방어를 담당하는 무기체계다. 2012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에 착수해 시험평가 등 다수 요격시험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했으며, 2018년부터 양산을 진행 중이다. 요격미사일과 통합체계는 LIG넥스원이, 다기능 레이더(MFR)는 한화시스템이,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생산한다.
따라서 체계종합업체인 LIG넥스원이 계약 체결을 주도하게 된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계약 체결 당시에는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 등의 요구가 있어 LIG넥스원이 한화 측과 가격과 납기를 비롯해 충분한 사전 합의를 했지만, 이라크 계약은 특별한 요구 없이 구매하는 데다 LIG넥스원이 한화 측에 사전 문의했음에도 답변이 없어 LIG넥스원이 한화 측의 기존 가격과 납기를 토대로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한화 측은 계약이 체결된 이후 뒤늦게 가격과 납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며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중재에 나서 봉합하는 모양새다. 방사청 관계자는 “앞으로 3개사가 이라크 수출을 위해 계속 협의하기로 합의했다”라며 방사청도 진행 과정을 간간이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궁-II’ 요격미사일은 길이 4.61m, 중량 400㎏, 직경 27.5㎝이며 최대 사거리는 50㎞, 요격고도는 15∼40㎞, 최고속도는 마하 4∼5 수준이다. 빠른 반응시간 확보를 위해 전방 날개 조종형 형상이 반영됐다. 미사일 1발당 가격은 15억원 정도로 미국 패트리엇(PAC-3) 미사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궁 포대는 표적 탐색, 추적, 피아식별, 요격미사일 유도 등을 모두 담당하는 다기능 레이더 차량 1대와 포대를 지휘하는 교전통제소 차량 1대, 8기의 요격미사일 발사관을 탑재한 발사대 차량 4대로 구성된다. 발사대는 러시아와 기술협력을 통해 수직발사 방식으로 개발됐으며, 1개 포대당 최대 32발까지 발사할 수 있다.
발사대 내부의 장비를 이용해 요격미사일을 10m 이상 위로 튀어 오르게 한 다음 로켓을 점화하는 방식인 콜드런칭(cold launching), 종말 단계에서 요격미사일의 위치를 신속히 변경하는 측추력 기술,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요격을 위한 교전통제 기술, 다기능 레이더의 추적 기술, 다표적 동시 교전을 위한 정밀 탐색기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여기에 수직발사를 통한 전방위 사격능력과 고속비행체 대응능력, 고기동성, 정밀유도조종 성능을 갖춰 세계적인 수준의 명중률을 보유하고 있다. 수직발사 방식은 표적을 향해 미사일 발사대를 회전시킬 필요가 없어 즉응성이 뛰어나며, 콜드런칭 방식으로 발사함으로써 지면과 주변 장비에 대한 화염 및 폭풍 피해와 반사 걱정이 없다.
최첨단 유도무기 수출은 성능은 물론 수출 대상국과 폭넓은 ‘신뢰 관계’를 확보해야 하므로 소수의 선진국 외에는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난공불락의 시장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LIG넥스원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천궁-II’가 중동 3개국의 K-중거리 방공망에 배치됨으로써 향후 이들에게 필요할 장거리·고고도 요격체계에 대한 추가수출 가능성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