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도 ‘밸류업’ 준비...주가 부진 이겨내나
출범 후 고객·실적 등 외형성장 지속되는데
상장 3년 만에 주가 4분의 1 수준으로 털썩
‘기업가치 제고’ 밸류업 계획 연내 공시키로
공격적 주주환원보다 성장성에 무게추 전망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연내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인 ‘밸류업’ 공시를 예고하면서 주가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비대면·디지털에 기반한 다양한 혁신 금융으로 은행권 내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주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카카오뱅크는 통 큰 주주환원보다 성장성 제고에 중점을 둔 밸류업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 상장사인 카카오뱅크의 밸류업 성공 여부는 증시 입성을 앞둔 케이뱅크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7일 실시한 ‘2024년 3분기 경영 실적 발표’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과 주주환원 등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해 4분기 중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가 예고한 건 밸류업의 구체적 이행 계획이 담긴 ‘본 공시’다.
밸류업은 금융당국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상장사들은 투자자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해야 한다. 이날 기준 은행주로 분류되는 상장사 중 밸류업 본 공시를 완료한 건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뿐이다.
2017년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올 6월 말 기준 누적 고객 수가 24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면·디지털 금융 활성화에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경쟁력이 두각을 드러냈고, 다양한 여·수신 혁신 상품을 내놓은 게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31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종목 보고서를 통해 “순이익이 분기기준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상장 후 회사가 말했던 경상이익 체력 개선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며 “다양한 신규 플랫폼 서비스 확대를 통한 성장성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은 해묵은 과제다. 지난 2021년 8월 6일 시장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코스피(KOSPI)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같은 해 8월 19일 주가가 9만2000원(종가)까지 치솟았는데 현재는 2만2000원대로 주저앉은 상태다. 증시 입성 약 3년 만에 주가가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금융당국의 정책 발표 이후 주요 은행주가 밸류업 수혜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일 때도 카카오뱅크는 소외된 바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69배로 KB금융지주(0.53배)와 신한지주(0.52배), 하나금융지주(0.42배), 우리금융지주(0.36배) 등의 은행주보다 월등히 높다. PBR은 순자산 대비 주가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1보다 높으면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됐다고 인식된다.
그동안 카카오뱅크는 은행업을 영위하면서도 ‘플랫폼 기업’임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도 카카오뱅크를 은행주보다는 성장주로 평가하는 시각도 많았다. 다만 재무적 성장세에도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 시점에 카카오뱅크가 기업가치·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내놓는 밸류업 내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단 카카오뱅크가 대형 금융지주들처럼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대신 밸류업의 본질인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성장성 제고 계획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기업가치 제고가 전제돼야 한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가 제시하는 성장성에는 총자산수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영업이익경비율(CIR) 등 각종 재무적 지표 관리 및 포용금융 확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밸류업으로 기대하는 주주환원 방향성에 대해서는 점진적 확대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아직 출범한지 7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은행으로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다. 기업이 성장해 가치를 제고한다는 게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이라는 판단”이라며 “물론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에 대한 부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뱅크 주가 추이는 오는 10월 코스피 상장을 대기하고 있는 케이뱅크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모델이 유사한 만큼 직접 비교 대상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역시 카카오뱅크가 공시할 밸류업 내용과 효과를 유심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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