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실수요자 대출 규제 안 돼"...은행권 추가 조치 '촉각’
금융당국 “은행권, 과도한 대출 옥죄기...실수요자 피해 없어야”
은행별 대출 제한 기준 제각각...현장 혼란
금융당국, 추석 전 은행장 간담회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실수요자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은행권에 세심한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현장에서 대출절벽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에 은행권은 추가 대책을 검토하는 등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주문에 은행권은 앞다퉈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에 이어 한도 제한, 대출 최대 만기 30년으로 축소, 유주택자 주담대 전면 중단 등이다.
당장 이사를 계획 중인 매매‧전세 수요자들의 걱정이 터져 나오자 금융당국이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들었다.
이 원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 이전에 대출상담을 했거나 주택 거래가 확인된 차주의 경우 고객과의 신뢰 차원에서 정당한 기대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은행권에 날선 일침도 가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이 들쭉날쭉한 대출 상품 정책을 내놨다”며 “가계대출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면서도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분양 잔금 마련에 차질이 생긴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현장 혼선이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서울 올림픽파크 포레온(옛 둔촌주공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은행마다 다른 대출 제한 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수요’에 대한 해석이 은행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신규 분양 건축물의 경우 대출 실행일 전까지 임대인(집주인)의 분양대금 완납 확인 서류를 제출해야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받아 치른 보증금에 집주인이 일부 금액만 더해 분양대금을 치르는 것은 ‘투기성 갭투자’로 판단한다.
반면 신한은행은 신규 분양의 경우 세입자의 전세대출 자금을 밑천 삼아 집주인이 분양대금을 치르는 것을 ‘실수요’로 간주한다. 전매(분양 받은 부동산을 단기 이익을 목적으로 다시 파는 행위) 제한이 있어 전매와 동시에 임차계약을 하는 투기는 많지 않다는 시각이다.
현장 혼란에 은행권은 대출 가이드라인 재정비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전세자금 대출 규제를 오는 10월 말까지만 일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1월 말에 입주 예정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경우 대출을 실행해 잔금을 치를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실수요자를 제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가적인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추석 전 은행장 간담회를 통해 가계부채 대책을 추가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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