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메모’가 쏘아올린 ‘노태우 비자금’ 환수 필요성…여야도 ‘공감대’
여야,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노태우 은닉 비자금’ 환수 필요성 공감
1996년 비자금 사건 대법원 판결 후 30여년 만에 실체가 규명될지 관심 집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가 무단으로 축적한 비자금에 대한 재수사 및 은닉 비자금 환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표 회담을 계기로 각종 민생법안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여야의 ‘盧 비자금 환수’ 추진 동력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전일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노태우 은닉 비자금’ 환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수백억원대 자금을 보관·운용한 정황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은닉 비자금 환수와 과세에 대해 검찰의 재수사 필요하다는 취지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에 노 전 대통령이 사돈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등에게 300억원대 비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증거로 약속어음과 김옥숙 여사 메모를 제출했고, 김 여사 메모에는 ‘선경 300억’, ‘최 서방 32억’ 등의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메모를 인정해 300억원이 SK그룹 성장에 쓰였다고 판단, 이를 반영해 1조3808억원 상당의 재산분할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범죄로 은닉한 비자금이 계속 형성돼 있었지만 검찰은 (1995년) 추징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공한 비자금’은 법적 개념에서 소급적용 하냐마냐의 문제가 있지만, 정의를 세우느냐도 충돌한다. 불법 비자금은 환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유입된 김옥숙 여사 명의의 147억원이 상속세도 내지 않은 비자금일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조세범 처벌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하고, 범죄수익은닉에 대한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며 “심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면 최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심 후보자에게 2018년 정부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해외 은닉재산 환수를 위한 합동조사단을 조성하고, 2020년에는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탈세 혐의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던 점을 조명했다.
송 의원은 “5·6공화국 비자금에 대한 재수사와 환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역대 대통령 누구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정확한 법의 잣대를 대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일에도 국회 법사위소속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고(故)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몰수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헌정질서 파괴 범죄자’가 사망해 공소제기가 어려운 경우에도 범죄 수익을 모두 몰수, 추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장 의원은 “최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SK 300억원 등 노태우씨의 추가 비자금 904억원이 기재된 메모가 드러났다”며 “전두환씨와 마찬가지로 노태우씨 또한 비자금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6일에는 김영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이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옥숙 메모를 거론하며, 불법자금일 경우 국세청에서 단호히 환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강 당시 후보자(현 국세청장)는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탈세조사를 해야 한다”고 공감의 뜻을 전했다.
이처럼 여야 정치권에서 불법정치 자금이 여전히 제대로 된 과세 없이 대물림되는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김옥숙 메모’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축재 실체가 규명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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