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급증한 국민·농협은행…잠재손실 대비 ‘방파제 쌓기’ 분주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9.04 08:20 ㅣ 수정 : 2024.09.04 08:20

국민·농협銀 NPL 잔액 1년 새 9900억 급증
경기 둔화에 기업 부문 중심 증가세 뚜렷해
잠재손실 대비 충당금 적립 압박도 커질 듯
손실흡수 지표는 양호...“건전성 제고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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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본점 전경. [사진=KB국민은행]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5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잔액이 1년 만에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만 1조원 가까운 부실채권이 쌓이는 등 자산 건전성 악화 신호가 뚜렷하다. 경기 둔화 여파로 기업 부문 중심의 부실채권 증가가 가속하는 가운데 손실흡수 비용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올 6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5조1754억원으로 전년동기(4조164억원) 대비 1조1590억원(28.9%) 증가했다. 금융사는 보유 여신(빌려준 돈)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 관리하는데,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은 사실상 떼일 가능성이 높은 부실채권에 해당한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6월 말과 올 6월 말 NPL 잔액을 비교해보면 국민은행이 8989억원에서 1조4575억원으로 5586억원 증가했고, 농협은행은 8514억원에서 1조2820억원으로 4306억원 늘었다. 이 기간 5대 시중은행 NPL 증가액(1조1590억원)에서 국민·농협은행(9892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85.3%에 달한다. 

 

총여신에서 NPL이 차지하는 비율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NPL 비율은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0.37%, 0.42%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과 비교하면 국민은행은 0.12%포인트(p), 농협은행은 0.13%p 오른 수준이다. 이는 신한은행(0.25%)과 하나은행(0.23%), 우리은행(0.23%) 등 경쟁 은행과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치다. 

 

이들 은행의 부실채권 증가세는 기업 부문이 이끌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6월 말부터 올 6월 말까지 추가된 NPL 잔액(5586억원) 중 기업 부문이 5152억원(92.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농협은행의 기업 부문 NPL 잔액은 2967억원 늘면서 전체 증가액(4306억원)의 68.9%를 차지했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 여파로 기업들의 업황이 악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약한 중소기업 중심의 부실 신호가 은행 자산 건전성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확대에 제동이 걸린 은행권은 기업대출 공략으로 대출 자산 성장을 꾀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와 저성장으로 인해 한계 차주가 증가한 영향”이라며 “올 연초부터 타행 대비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여신 분류를) 보수적으로 평가했다. 가계보다는 기업에 대한 리스크 우려가 부각돼 기업 쪽을 더 보수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도 “고금리 장기화 등에 기안한 가계·법인 차주들의 비용 부담이 누적되고, 경기 회복 지연 등이 겹쳤다”며 “이는 연체율 및 NPL 비율 동반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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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본점 전경. [사진=NH농협은행] 

 

문제는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될수록 손실흡수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잠재손실 규모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데, 회계상 비용으로 잡히기 때문에 재무적으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손충당금은 많이 쌓을수록 당기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민·농협은행은 충분한 충당금 적립으로 잠재손실에 대한 ‘방파제’를 쌓았다는 입장이다. 올 6월 말 기준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각각 178.9%, 237.2%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의 NPL 잔액 대비 총 대손충당금 잔액의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손실흡수 능력이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금융당국의 NPL커버리지비율 권고치는 100%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및 NPL 커버리지 비율 등 건전성 전반에 대해 타행 대비 양호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고, 농협은행 관계자는 “면밀한 모니터링과 부실관리 노력을 통해 건전성 비율 제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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