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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식탁이야기(22)

단맛, 짠맛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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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전문기자
입력 : 2024.08.31 09:47 ㅣ 수정 : 2024.10.11 16:46

중독성 매우 강한 단맛, 짠맛, 매운맛은 건강 위협
단맛은 도파민, 짠맛은 엔도르핀 분비해 중독 유발
유년기에 다양한 음식 골고루 섭취하는 경험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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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은 맵고, 짜고, 단맛을 내는 첨가물이 많이 포함된다. 이런 첨가물들은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어릴적부터 음식을 골고루 먹는 훈련이 단맛, 짠맛을 피하는 습관을 형성한다. [사진=미드저니, Made by A.I]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요즘 방송은 물론 각종 미디어마다 온통 먹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 듯하다. 한류의 물결을 타고 K푸드가 세계인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우리의 외식 수준은 이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사실 인생에서 먹는 즐거움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는 하지만 건강음식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있다. 

 

예컨대 먹방 프로에서 화제인 레시피들을 잘 살펴보면, 결정적으로 맛을 내는 비결에는 설탕, 간장처럼 미각을 자극하는 첨가물의 공이 무엇보다 크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몸에 좋은 음식을 찾기 이전에 평소 자주 먹는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문제는 건강에 해로운 음식일수록 입에서는 맛있고 혀가 중독이 되어 단번에 끊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한 노력과 훈련이 요구된다. 그 이유는 맛을 느끼는 감각과 뇌기능 간의 밀접한 상호 작용 때문이다. 뇌에서 맛을 느끼는 복잡한 과정은 물질에서 나오는 미세한 분자가 코, 입, 목에 골고루 분포해 있는 특수한 세포를 자극함으로써 시작된다. 이러한 특수 감각 세포는 신경을 통해 뇌로 신호를 전달하고 뇌에서 각각의 맛을 식별하게 된다.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모든 음식들은 일단 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미각세포라는 메모리칩에 저장이 된다. 미각세포는 대부분 7세 이전에 세팅이 되어 평생 미각으로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어릴때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면서 느낀 맛이 기억체계로 바뀌어 뇌에 아주 오랜 기간 저장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사탕, 과자 같은 단맛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도 미각세포에 일찍부터 단맛이 저장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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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맛에 중독되면 어른이 되어서도 짠맛에서 헤어나기가 어려워진다. 이는 노화 과정에서 맛에 관한 균형감각을 잃게 한다. 따라서 자극적인 음식을 삼가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기르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진=미드저니, Made by A.I]

 

특히 단맛과 짠맛, 매운맛은 오미(五未)중에서도 중독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맛과 짠맛에 깊게 중독이 되어 버리면 어른이 되어서도 이 맛들로부터 헤어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평생 좋은 식습관을 길러주고 싶다면 어릴때부터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경험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짠맛 같은 자극적인 맛에 오랫동안 중독이 되면 노화 과정에서 나이들어 맛에 관한 균형감각을 자칫 잃을 수도 있다. 흔히 치매의 전조증상으로 맛의 상실을 꼽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맛의 감각은 곧 뇌의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에 맛에 대한 균형이 없다는 얘기는 곧 뇌가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비만, 당뇨, 고혈압, 영양실조,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같은 질환은 증상으로 미각 기능 이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맛의 중독과 뇌 작용을 설명할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불안하고 초조할 때 과자 같은 단 음식을 찾곤 한다. 그 이유는 단맛이 뇌의 시상하부에서 쾌감을 증대하는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세포와 직결된 미각세포가 인지하는 맛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등 4가지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김치를 비롯해 얼큰한 찌개나 탕 음식들을 즐겨오던 한국인에게 있어 짠맛과 매운맛은 더욱 중독되기 쉬운 맛이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의학정보들 덕분에 짠 음식이 고혈압, 심장질환 같은 성인병 발병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도, 오랜 세월 길들여진 입맛을 단번에 싱겁고 덜 매운 음식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이는 몸 안에 염분 농도가 갑자기 감소되면 마치 담배나 술을 끊었을 때처럼 신체적 정신적으로 일종의 금단현상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특히 매운맛은 중독성과 금단증상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매운맛을 느끼는 것은 미각이 아닌 통각의 일종으로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우리 뇌에서는 입과 혀에서 느끼는 통증을 보상받기 위해 일종의 ‘행복 바이러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다량 분비된다. 

 

결국 매운맛을 먹으면서 느끼는 잠재적 행복감 때문에 엔도르핀이 더 많이 분비되기를 갈구하면서 점점 더 강한 매운 맛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또, 혀가 짠맛과 매운맛에 중독되면 미각세포에 강한 내성이 형성되어 점점 더 자극적인 맛을 원하게 되고 과잉 섭취하게 된다. 그래서 간혹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일반인들이 먹기 괴로운 아주 매운 음식을 일부러 찾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각자 중독된 입맛을 시간을 가지고 조절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식습관이 바탕이 된 가운데 음식의 참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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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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