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영원한 라이벌' 효성-코오롱, 민간외교 머리 맞댄다
한국, 내년에 세계 최대 지역협력체 'APEC' 정상회의 의장국 맡아
전 세계 인구 40%·글로벌 GDP 59%·교역량 50% 차지...21개 회원국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ABAC 신규위원 선임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 경제적 파급효과 3조원대 육박할 듯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화학·섬유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효성과 코오롱이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고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민간외교에서 손을 잡는다.
한국이 내년 의장국을 맡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이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 신규위원으로 임명돼 민간 부문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었기 때문이다.
APEC 회의가 한국에서 열려 두 기업이 경쟁의식을 잠시 내려놓고 국가 이익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펼쳐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실천하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태평양 국가의 경제·정치적 결합을 돈독하기 위해 만든 국제기구 APEC의 2025년 제32차 정상회의가 내년 11월 경상북도 경주에서 막을 올린다.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GDP(국내총생산)의 약 59%, 글로벌 교역량의 약 5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지역협력체다. 현재 21개국이 APEC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아· 태 지역 21개국 정상과 각료 등 6000여명이 모이는 자리로 정상회의·관료회의·기업회의 등으로 이뤄진다.
이 회의는 해마다 개최되는 연례행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것은 2005년 부산에서 열린 뒤 20년 만이다. 또한 APEC 정상회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국제외교 행사인만큼 정재계가 모두 주목하고 있다.
APEC 회의는 그동안 개최도시로 경상북도 경주시를 비롯해 제주자치도, 인천광역시 등 3곳이 후보 물망에 올랐고 격전끝에 경주시 품에 안겼다. 나머지 두 후보 지역은 분야별 장관회의, 고위관리회의 등을 분산해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는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경주시 기준으로 △국내·외 관광객 증가 등 생산 유발 1조8863억원 △부가가치 유발 8852억원 등 총 2조7715억원대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또한 무역 자유화를 통한 다양한 무역 협정과 파트너십 구축으로 회원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APEC 개최 지역만큼 ABAC 위원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임기가 2년인 ABAC 위원은 APEC 회원국별로 중소기업 대표 1명을 포함한 기업인 총 3명으로 이뤄진다.
ABAC 한국위원은 외교부 장관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올해는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이 신규위원에 임명됐다.
조현상 부회장은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춰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로 잘 알려졌다.
조 부회장은 △한일경제협회 △한일포럼 △한미재계회의 △PBEC(태평양경제협의회) 등 국내외 대표적인 경제교류단체를 이끌며 경제외교에 앞장 선 아버지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민간외교관’ DNA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에 따라 그는 △한국·중국·일본 3개국 외교부가 선정한 ‘한중일 차세대 지도자’ △다보스포럼 ‘차세대 글로벌 리더’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아시아 21 글로벌 영리더’ △주요 20개국(G20)의 ‘젊은 글로벌 리더’ 조직 ‘YGL G20 이니셔티브’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리더십을 입증했다.
조 부회장은 ABAC 한국위원으로 임명된 후 "우리나라가 APEC 의장국인 만큼 11월 정상회의 때 민간기업 입장을 ‘정상과의 대화’를 통해 잘 전달하겠다"며 "이와 함께 한국이 의장국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APEC 정상회의가 글로벌 경제에 처음 진출하는 무대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그가 APEC를 앞두고 어떤 행보를 보일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한국이 내년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만큼 코오롱그룹은 민간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효성과 코오롱 총사령탑이 민간외교를 위해 나란히 머리를 맞대는 점도 화제가 된다.
재계에서 효성과 코오롱은 ‘영원한 라이벌’로 통한다.
두 회사는 지난 50년간 국내 섬유화학업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주요 사업인 타이어코드를 놓고 두 회사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내구성, 주행성,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무 안쪽에 들어가는 섬유 재질의 보강재다.
게다가 양사가 '미래 먹거리'로 수소사업에 주력해 두 업체간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두 업체는 경쟁 관계 속에서도 윈윈하는 면모도 보여왔다.
2014년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타계하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이틀 연속 빈소를 방문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은 지난 3월 29일 별세한 고(故) 조석래 명예그룹 회장 장례식을 찾아 조문하며 “고인은 대선배이고 사랑을 많이 받았다. 우리 섬유계의 별”이라며 애도의 말을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가 오랜만에 한국에서 열려 많은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라며 "최근 독립경영을 시작한 조현상 부회장과 경영승계를 준비하는 이규호 부회장 모두 APEC이 글로벌 경영 능력을 보여주고 이름을 각인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APEC을 통해 지금껏 민간외교 경험이 풍부한 조 부회장과 젊은 리더 이 부회장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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