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현대차그룹 정의선 호(號), 120조 투자해 ‘하이브리드카·전기차’ 두 토끼 잡는다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8.29 05:00 ㅣ 수정 : 2024.08.29 05:00
'CEO 인베스터데이' 열어 중장기 경영전략 '현대 웨이' 공개 2030년 전세계 차량 판매량 555만대...전기차 절반 가까운 200만대 완충해 900㎞ 가는 'EREV' 선보일 예정...수소차 등 친환경 포트폴리오 주력 내연기관차 생산라인 활용해 최근 인기 얻는 하이브리드카 대량 생산 추진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의선·사진)이 급변하는 모빌리티(이동수단)시장에서 세계 최정상 업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120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한다.
또한 최근 전기자동차가 글로벌 수요 정체와 각종 화재 등으로 이른바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고 있지만 혁신적인 성능을 갖춘 전기차 사업 포트폴리오로 이를 헤쳐 나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전 세계 차량 판매량을 555만대로 잡고 이 가운데 약 절반인 200만대를 전기차로 승부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이를 위해 한번 완전 충전하면 주행거리가 현재 약 두 배 이상인 900km로 대폭 늘어나는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도 선보일 예정이다.
전기차에 이어 최근 세계 시장에서 관심을 모으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현재 7개 차종에서 14개 차종으로 두 배 이상 늘려 기존 내연기관차외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등을 대상으로 '2024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해 이와 같은 사업 전략을 담은 현대차의 새로운 중장기 전략 '현대 웨이'(Hyundai Way)'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 웨이는 △유연한 시장 대응 전략 '현대 다이내믹 캐퍼빌리티'(Hyundai Dynamic Capabilities) △소프트웨어 활용 방향 및 신사업 전략 '모빌리티 게임체인저'(Mobility Game Changer) △수소 사회 조기 실현 전략 '에너지 모빌라이저'(Energy Mobilizer) 등 3가지 전략을 골자로 한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사업 비전이 포함된 ‘현대 다이내믹 캐퍼빌리티’ 전략과 소프트웨어 및 자율주행 관련 내용이 담긴 ‘모빌리티 게임체인저’에 관심이 모아졌다.
또한 투자 금액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투자금 120조원은 지난해 발표된 109조원대와 비교해 10% 이상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투자 금액을 과감하게 늘려 첨단 기술력을 확보해 세계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날 행사를 주재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투자금액 120조원 가운데 54조5000억원은 제품·플랫폼 연구개발(R&D)로 사용하고 51조6000억원은 전기차 공장 증설 등 생산역량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약 14조원은 현대차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현대차는 오는 2030년 전세계에 차량 555만대를 판매하는 최정상급 업체로 발돋움할 방침이다.
■ 하이브리드카 제품군 확대 전략에 드러난 '빅 픽처'는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카 경쟁력을 강화해 2028년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을 133만대로 설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현대차의 지난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이 76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을 5년 만에 약 두 배 늘리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라며 "또한 133만대는 지난해 밝힌 현대차의 2028년 목표 판매량과 비교하면 40% 늘어난 숫자"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또한 차량 판매를 늘리기 위해 하이브리드카를 기존 7종에서 14종으로 두 배 확대하고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에도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현대차의 이러한 경영 전략은 기존 내연기관차량 생산시설을 적극 활용해 하이브리드카 양산 물량을 늘리고 이를 통해 판매 마진을 높이겠다는 빅픽처가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또 "전기차 생산 과정과 하이브리드카 생산 과정은 크게 달라 차량 생산 공장도 서로 다른 형태로 갖춰져 있다"며 "이에 비해 하이브리드카는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 내부를 부분 변경해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대차가 전세계에 보유한 많은 내연기관차 공장을 활용해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제품군)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또한 하이브리드카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친환경적인 데다 향후 탄소저감 기술을 추가할 수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카는 판매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더 비싼 편이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카 제품군을 늘려 환경친화적 경영을 펼치면서 판매 마진도 거머쥘 수 있게 된다.
■ 완충해 900㎞ 달리는 차세대 전기차 'EREV' 2026년에 양산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을 돌파하기 위해 한번 완전 충전하면 9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차세대 전기차 'EREV'를 2026년 양산할 방침이다.
현재 일반 전기차 주행거리가 차량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300∼600 km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셈이다.
EREV는 내연기관과 전기차 장점을 모두 갖췄다. 이에 따라 전기차와 같이 전기로 작동하지만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도 갖췄다.
현대차는 2026년 말 미국 북미와 중국에서 EREV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북미 시장에는 EREV 중에서도 D급(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차종을 우선 투입해 연간 8만대 이상 판매할 방침이다.
또한 경제형 EV부터 럭셔리, 고성능까지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해 전기차 모델을 21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는 현재 전기차 캐즘을 뛰어넘어 EV 모델 숫자를 현재(9개)와 비교해 2배 이상 늘리겠다는 얘기다.
장재훈 사장은 "과거부터 축적해온 최고 수준의 기술과 혁신을 위한 도전을 기반으로 앞으로 다가올 전동화 시대를 대비하고 전기차 시장을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아직까지 전기차 구입을 꺼리는 이유는 △짧은 주행거리 △충전의 불편함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차량 가격 △화재 등 차량 사고" 라며 "EREV는 △압도적 항속거리(최대 이동거리) △충전 스트레스 완화 △전기차와 같은 주행 감성 확보 △기존 전기차 대비 뛰어난 가격경쟁력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경차 캐스퍼 EV로 가성비 시장을 사로잡고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로 대중성 높은 시장을 공략하며 △제네시스 브랜드로 럭셔리 시장까지 사로잡아 2030년 전세계에 200만대가 넘는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 현대차, 개화하는 SDV·자율주행 시장 잡는다
이날 CEO 인베스터데이에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역량을 강화하고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경영 전략도 공개됐다.
내연기관차가 기계 부품 중심 제품이라면 전기차는 모터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전자제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해 현대차는 SDV 역량 강화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여러 소프트웨어 문제를 무선으로 해결하는 'OTA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내비게이션으로 실시간 최적 경로를 찾고 운전 중 별도 터치 없이 음성으로 날씨와 뉴스 등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커넥티드 카 서비스' 도 SDV에 반영했다.
또한 현대차는 소비자의 기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차세대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환경)도 꾸준히 연구개발해 안드로이드 서비스와의 연계, 개인화 서비스 고도화 등을 추진한다.
이와 더불어 미래에 상용화될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한 행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데이터 및 모델 학습 자동화 그리고 시스템 확장을 통한 AI(인공지능) 학습 체계 고도화를 연구개발 중이며 △보다 안전한 자율주행 컴퓨팅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연구 △차량이 인지-판단-제어를 일괄수행할 수 있도록 딥러닝 기술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