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금고마저 뺏나”...부산시 곳간지기 선정 두고 지방은행 ‘위기감’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8.20 08:17 ㅣ 수정 : 2024.08.20 08:17

예산 규모 15조원 부산시 금고 선정 본격화
24년 지킨 부산은행에 국민·기업은행 도전장
지방은행 노조 “지역 시금고마저 뺏나” 반발
결과 따라 지방은행 지역 입지 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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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K부산은행 본점 전경. [사진=BNK부산은행]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약 15조원 규모의 부산광역시 자금을 관리할 금고 선정 경쟁에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참전한 걸 두고 지방은행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형 은행들이 수도권에 이어 지방까지 영업 구역을 넓혀갈 경우 지방은행들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산시 금고 선정 결과가 지방은행의 지역 입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 노동조합이 소속된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는 전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지역 소멸을 부추기는 행위를 자행하는 지역 시금고 유치 과당 경쟁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부산시가 선정할 제1금고(주금고) 은행에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신청한 걸 비판한 내용이다. 이번에 금고로 선정된 은행은 내년부터 4년간 부산시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 전체 예산 중 약 70%가량인 일반회계와 19개 기금은 제1금고가 맡고, 나머지 30%가량을 제2금고가 각각 맡아 관리하는 방식이다. 올해 기준 부산시 전체 예산은 15조6998억원 수준이다. 

 

부산시 제1금고는 2000년부터 부산은행이 단독 수행해 왔지만 올해는 국민·기업은행이 경쟁에 가세하면서 약 24년 만에 ‘3파전 구도’로 전개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2013년부터 부산시 제2금고를 맡고 있는데, 부산시의 조례 개정으로 제1, 제2금고 동시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이번에는 제1금고에도 도전장을 냈다. 기업은행 역시 제1, 제2금고 모두 지원했다. 

 

지방은행 업계가 국민·기업은행의 부산시 제1금고 신청에 반발하는 건 일종의 ‘구역 침범’을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시가 부산은행과 제1금고 계약을 장기간 유지한 것처럼 대구광역시는 iM뱅크(구 대구은행), 울산광역시는 경남은행, 광주광역시는 광주은행과 제1금고 계약을 맺고 있다. 지방은행이 지역에서 펼치는 관계형 금융과 사회공헌 활동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다. 

 

다만 최근 이 같은 지방은행 철옹성에 균열이 생길 징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광주시에 위치한 조선대학교가 주거래은행을 약 50년 만에 광주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바꾼 게 기폭제로 작용했다. 지방은행 업계에서는 만약 대형 은행들이 브랜드 인지도와 대규모 출연금 등을 앞세워 공세에 나설 경우, 그동안 유지해 온 주요 거래 관계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는 “지역 은행은 해당 지역에 본점을 둔 은행으로써 지역 자금 공급,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 문화 발전 지원 등 지역 재투자를 통해 수십년간 그 지역과 함께 성장해왔다”며 “시중은행은 서울·경기 지역 시금고가 경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자 지역 시금고 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어 지역 은행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은행 업계가 금융당국에 ‘인센티브 제도’ 도입을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행보다. 특히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방은행 거래율은 시중은행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보완으로 지방은행의 지방자치단체(지자체)·공공기관 거래 활성화 등을 지원해 달라는 건데, 아직 금융당국의 유의미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전국에서 영업하는 시중은행과 지역에서 하는 지방은행은 자금력이 거의 10배 정도 차이 나기 때문에 직접 경쟁은 어려운 상황이다. 또 신용도 차이로 조달 금리도 높아 (여·수신) 금리 경쟁력을 갖추기도 어렵다”며 “지방은행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구 금고 유치를 통한 저원가성예금 확보가 중요한데, 이걸 뺏기게 되면 지방은행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부산시 금고 선정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일단 지역에 거점을 두면서 부산시와 오랜 거래 관계를 이어온 부산은행이 우위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재무 구조와 자금 관리력, 출연금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심사 과정에서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부산은행이 부산시 제1금고를 다른 은행에 내줄 경우 지자체 금고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기관 영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걸 고려하면 지역에서의 지방은행 입지가 계속 줄어들 우려도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고 경쟁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출혈 경쟁으로 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출연금은 정식 평가 항목이며 지역 외가 아닌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에 쓰이고 있다”며 “시중은행들도 저원가성예금 확보나 지자체 간접 마케팅, 시장 확대를 바라보면서 전략적으로 금고 유치에 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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