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K-방산⑥] 창정비부터 무인기까지…대한항공, 조용한 ‘韓 영공 수호자’로 우뚝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8.19 05:00 ㅣ 수정 : 2024.08.20 17:51

1978년 시작된 창정비 사업…2020년대에도 조용히 효자 역할 '톡톡'
국내 방산업체와 협력해 중고도정찰용무인기 양산… 27조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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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 등이 지난 수십 년 간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방위산업이 새로운 '효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K-방산'으로 불리는 이들 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수주 성과가 두드러져 이제 한국경제 성장을 지탱하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정세도 방위산업 성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3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규모 방산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탁월한 방산제품 양산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은 재래식 무기부터 첨단무기까지 우수한 무기체계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현대로템의 'K2 전차'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LIG넥스원 미사일체계 기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전투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뉴스투데이>는 'K-방산' 대표기업의 제품 수출 성과를 비롯해 기업 가치 상승, 첨단 기술력 등을 집중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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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및 무인기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통해 ‘글로벌 메가캐리어’로의 도약을 향해가고 있는 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이 K-방산의 또 다른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한항공의 핵심 사업은 여객 및 화물 운송이지만 군용기 유지보수, 민항기 제조, 무인기 등 방산 사업도 40여년간 영위하고 있다.

 

방산 사업을 포함한 대한항공의 항공우주 부문 매출 비중은 3.4~3.7%로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방산 제품의 창정비(대규모 유지보수)를 수십 년 동안 맡아왔고, 미래 전장에 대비하기 위해 무인기 사업을 확대하는 등 한국 영공 수호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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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 내부 [사진=대한항공]

 

■ 수십 년 이어온 창정비 사업...조용히 K-방산 효자 역할 톡톡

 

통상 방산업은 무기 연구·개발 또는 제작·양산하거나, 군 관련 제품을 유지보수하는 사업 형태로 매출을 확보하는 구조다.

 

여객사업 위주로 살림을 꾸려온 대한항공은 무기 연구·개발보다는 민항기 제조와 각종 방산 관련 창정비 사업에 방점을 뒀다. 

 

대한항공은 1978년 국내에서 운용되던 F-4 전투기 창정비를 시작으로 방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85년에는 미 공군의 공격기 A-10에 대한 정비 사업을, 1988년에는 A-10을 대규모로 정비·관리하는 창정비 사업을 시작했다. 

 

1989년에는 미 해병이 운용하는 CH-35 헬기 창정비 사업을 맡았고, 1998년에는 CH-47 헬기 창정비 사업을 담당했다. 

 

2000년에는 미 해병의 정찰기인 P-3에 대한 창정비 사업을 진행하며 창정비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이러한 사업 기조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미 국방부로부터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에 배치된 F-16 전투기의 수명(비행 가능시간) 연장 및 창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해당 사업은 2030년 9월까지 약 10년간 진행되며 총 사업규모는 2900억원 수준이다.

 

또 같은 해 12월 미 국방부로부터 아·태(아시아태평양)지역에 배치된 H-53E 대형 헬기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0년 12월부터 2029년 5월까지 9년에 걸쳐 진행되며 사업 규모는 1500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1978년부터 미군 창정비 사업을 시작해 F-4, F-15, F-16, C-130, A-10 등의 전투기 및 수송기, HH-60, CH-53 등 헬기의 창정비 및 개조 사업을 계속해오고 있다”며 “이 같은 업력을 기반으로 대한항공은 창정비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한국군과 미군의 다양한 항공기 창정비를 수행하는 아·태 지역 최대 규모 군용기 정비 기지도 확보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6000여대의 군용 항공기 창정비 및 성능개량 작업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기술력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정비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6월에는 대전 유성구 DCC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국방산업발전대전’에 참가해 군용기 창정비 기술력을 선뵈며 국내외 창정비 사업 수주에 다시금 박차를 가했다.   

 

조용하지만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는 대한항공의 창정비 사업은 눈에 띄진 않게 ‘K-방산’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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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피탐 무인편대기 개념도 [사진=대한항공]

 

■ 27조원 규모 무인기 시장을 잡아라...LIG넥스원·한화시스템과 무인기 양산 개시

 

대한항공이 최근 주목하는 시장은 글로벌 무인기 시장이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츠(Business Research Insights)에 따르면 전세계 무인기 시장 규모는 2022년 121억7000만달러(약 16조5600억원)로, 매년 5.6% 성장해 2031년 200억7000만달러(약 27조3152억원)까지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이 예고된 글로벌 무인기 시장 공략을 위해 대한항공은 고정익 무인기(Fixed-Wing UAVs)와 회전익 무인기(Rotary-Wing UAVs)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단정찰용 무인기, 중고도 정찰무인기, 스텔스 무인기, 무인편대기 등 다양한 품목을 연구개발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군의 미래 첨단 무기 체계 개발 및 국방력 강화에 적극 이바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 방산업체와 협력해 무인기 사업 역량 강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무인기 관련 기술을 개발해온 대한항공은 지난 2022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진행되는 ‘저피탐 무인편대기 개발’ 과제에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고정익 무인기에 속하는 저피탐 무인편대기는 새로운 무기 체계 개발을 위한 국방과학연구소의 ‘미래 도전 국방 기술과제’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처음 진행되는 도전과제로, 대한항공은 저피탐 무인편대기와 유인기가 동시에 임무를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체계’로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인기 1대가 무인기 3~4대와 편대를 이뤄 유인기를 지원 및 호위하는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감시 정찰, 전자파 교란, 정밀 타격 등 독자적인 자율 임무를 수행하는 형태다. 

 

올해 초 방위사업청과 중고도정찰용무인기(MUAV) 양산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무인기 양산 사업은 총 9800억원 규모로 시행되며, 대한항공을 비롯해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이 협업한다.

 

양산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2027년부터 공군에 순차적으로 인도되고,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군 전력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무인기 사업이 개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양산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만하다고 평가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MUAV의 세부 제원에 대해선 밝히기 어렵다”며 “양산사업을 통해 한국 군의 감시정찰 능력을 향상시키고 향후 K-방산 수출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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