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순익 감소‧적자전환…하반기도 불안
신한저축 유일하게 순익 유지…KB‧우리‧하나 적자로 돌아서
당국 "부동산PF 충당금 확대" 압박에 규모 늘리며 실적 부진
우리금융 적자폭 가장 커…"보수적 기조에 타사 대비 충당금 많아"
나신평 "저축은행업권 보유 상당수 PF 사업장서 손실 인식 불가피"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KB‧신한‧우리‧하나)이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등이 영향을 끼친 탓이다.
KB‧하나‧우리 저축은행은 적자 전환했다. 신한저축은행은 순익을 기록했으나 전년 동기‧전분기 대비 순익 규모가 줄었다. 자금력이 탄탄한 지주계열 저축은행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중소형 저축은행의 실적도 크게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들 4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손실 규모는 총 159억원이다. 2분기 손실 규모는 373억원으로 전분기 214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다.
이들 4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익을 기록한 신한저축은행은 상반기 12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다만 2분기 순익은 55억원으로 전분기 70억원에 비해 21.4% 감소했다.
KB저축은행은 1분기 13억원의 순익을 나타냈으나 2분기 81억원의 손실을 내며 상반기 68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하나저축은행 역시 1분기 순익 18억원에서 2분기 5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1분기 13억원 순익에서 2분기 29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주계열 저축은행의 실적이 감소하거나 적자 전환한 배경에는 충당금 적립이 있다. 부동산PF 사업성 평가에 따라 선제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 저축은행에 일반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토지담보대출에 대해 PF대출 수준의 충당금 적립을 요구한 바 있다. 5월에는 새 사업성평가 기준을 발표하며 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해서는 75%의 충당금을 쌓도록 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기존 보유한 PF대출에 대해 리스크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고, 신규 취급도 안 하는 상황"이라며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우리금융저축은행은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해 타사에 비해 충당금 규모가 더욱 커 적자 규모도 컸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보이면서 중소형 저축은행의 부담은 더욱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주계열 저축은행은 지주사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중소형 저축은행은 충당금 적립에 따른 자금 문제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쉽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저축은행업계의 올해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시적으로 충당금 적립이 늘어 적자 규모가 확대되는 저축은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수석연구원은 지난달 1일 '저축은행 2024년 상반기' 보고서에서 올해 부동산PF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저하되면서 대손비용 부담이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을 고려할 때 향후 부동산PF 재구조화·정리로 인해 저축은행업권의 상당수 PF 사업장에서 관련 손실 인식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충당금은 추후 환입되면 이익으로 인식돼 자금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지주계열 저축은행은 큰 부담이 없겠지만, 중소 저축은행은 충당금 적립이 늘어나면 그만큼 자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당국이 계속해서 충당금을 더 적립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충당금 적립 확대를 단계적으로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당국 기조에 맞춰 적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 요구수준에 맞춰 적립하려는 곳도 있으나,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늘리는 곳도 있다"면서 "부동산 경기가 쉽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부동산PF 충당금 영향에 올해 업계 실적은 적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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