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피해 판매자들, 정부 구제책에 '분통'...“무이자·저금리 대출 필요”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본 판매자들이 정부의 지원책을 지적하고 나섰다. 3%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해도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무이자 지원이나 세액 감면 특별법 제정 등 보다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이정문·오기형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티메프 사태 피해 판매업체 긴급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피해 판매업체들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티몬·위메프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또 추가적인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속하고 적극적인 구제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데에 피해업체들의 목소리가 모아졌다.
먼저 판매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5600억 원 규모의 기금대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피해자 대표로 나온 한 유통업체 판매자는 무이자 대출이나 현재 제시된 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중진공이 3%대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나, 우리같은 피해자들은 목숨만 연명할 수 있는 빚으로, 크게 도움되는 금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티메프 채권을 일정 부분이라도 인수해 판매자들의 피해를 해소하고, 구영배 대표 혹은 큐텐에 구상권을 청구했으면 한다”며 “유통업자들은 하루하루 현금흐름이 엄청나기에 대금이 밀릴 경우 신용에 큰 타격을 입는다. 도와줄 거면 신속하게 도와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판매자들은 오는 7일 위메프의 정산 예정일을 앞두고 돈을 메꾸기 위해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신정권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원장은 “5600억 지원이 풀려서 숨통이 트인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데, 말이 지원이지 대출”이라면서 “그 대출도 아직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피해 금액 내 신용 조건에 상관없이 대출 승인 △구영배 은닉 자산 추적 △고용 안정 자금 △대기업 및 택배사 협조 요청 등을 정부 차원에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한 판매자는 세액 감면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제언했다. 그는 “3년 동안 100% 세액 감면 후 향후 2년간은 50% 세액 감면 등과 같이 특별법을 제정해서 피해셀러들에게 법인세 및 부가세에 대한 혜택을 향후 5년 동안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판매자는 기존 직원들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판매자들은 이번 사태로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조금만 지원해준다면 판매업체들이 세금을 더 내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여지가 생긴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들은 오는 7일 피해 판매자들을 위한 대출 지원책을 본격 실시할 방침이라고 답변했다. 이들은 판매자들이 제시한 정책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관계부처 TF 회의에서 이날 제시된 의견을 논의할 수 있도록 보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동 중소벤처기업부 판로정책과장은 “이번 주 중 대출자금을 온라인으로 신청하실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며 “정산 피해액으로 확인된 부분만큼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나, 한도나 정부의 채권 매입 등은 내부의 검토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상록 금융위원회 금융데이터과 과장은 “금융위원회는 선정산 대출과 기존 대출에 대해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금융회사들과 논의 중”이라며 “대출은 중기부 등과 협조하고 내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시간이 소요되고 있으나, 최대한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있어 정부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큐텐의 재무 사정을 알고도 방치한 정부에게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피해자들을 구제할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천준모 더불어민주당 티메프 TF 단장은 “이번 사태에는 기업인의 탐욕과 이것을 방치한 무능한 정부의 책임이 함께 있다”며 “기업인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과 정무위원회가 이를 막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이에 대해 정부는 책임감을 갖고 향후 적극적인 구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 사태와 관련해 책임 있는 금융감독원장의 해임과 공정거래위원장의 문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기형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티메프와 2022년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때 금융감독원이 기업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감독이 됐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며 “또 오늘 기재부 관계자가 초청에도 안 나왔는데 유감이다. 이럴수록 정부의 정책에 더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문 의원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정부가 다음 주부터 대출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