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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끓여준 女비서관에 '격노한' 김동연...국민의힘은 '달' 대신에 '손가락'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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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빈 기자
입력 : 2024.08.07 06:23 ㅣ 수정 : 2024.08.07 07:03

김동연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달'이고, 동영상 공개는 '손가락'에 불과해
국민의힘 측 비판론, 여성인재가 컵라면 끓여서 대령하지 말라는 메시지엔 관심 없어
김동연이 논쟁을 의도했다면 일단 '대성공', 컵라면 영상을 둘러싼 논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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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동연 경기도지사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자신을 위해 컵라면을 끓여온 여비서관에게 격한 목소리로 훈계하는 영상이 지난 2일 SNS에 올라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 지사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영상 제목은 '김동연 격노! 그 이유는?'이다. 

 

김 지사는 그동안 본인의 정치적·정책적 역량, 대선을 향한 권력의지의 강도에 비해 대중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극단적 언행만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정치 양극화 시대에, 김 지사의 합리적 이미지가 약점이 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김동연의 분노 동영상과 관련 기사에 대한 찬반여론은 뜨겁다. 만약 김동연 지사가 논쟁을 의도했다면 일단 '대성공'이다. 김 지사는 여성인재가 컵라면을 끓이는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격분했다. 이 원칙에 반대하는 여론은 없다.

 

문제는 영상 공개 의도이다.  비판론자들은 주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나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영상을 공개한 의도가 '대중적 인기'를 끌기 위한 쇼맨십 정도로 폄하하고 있다. 반면에 김 지사 지지자들은 여성인재에 대한 '직장내 정당한 대우'를 자리잡게 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를 한다. 

 

이 같은 양론중 긍정론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여성인재가 '잡일' 말고 '자신의 직무'에 충실해서 직장 내 유리천장을 없애라"는 김 지사의 메시지는 적극적으로 공개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비판론자들의 주장은 한국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꿔나갈 정치적 언행을 꼭꼭 숨겨둬야 한다는 궤변에 다름 아니다. 

 

■ 컵라면을 끓여온 여비서관은 '자발성'을 강조...김동연은 컵라면을 먹었지만 '도청문화 혁신'을 당부

 

영상에서 김 지사는 "바쁜데 당신 나한테 왜 이 일 해"라고 말하며 정색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한 비서관이 김 지사에게 "제가 하고 싶어서 했습니다"고 말했고, 김 지사는 "하고 싶어도 이 일(본래 업무)을 해야지 왜 이 일(컵라면 끓이는 일)을 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격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지사는 "이 일(컵라면 끓이는 일) 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어요? 그러지 마"라고 직원에게 강하게 당부했다.

 

영상에 나온 설명에 따르면 김 지사는 계속된 회의로 점심을 먹지 않았고, 비서실 직원이 컵라면을 끓여오자 해당 직원을 질책했다.

 

김 지사는 "나는 지사라고 이런 일 부탁하는 것은 싫어요. 우리 그런 룰은 깨자고. 내가 야단치는 게 아니라 그게 너무 답답해. 제발 내 취지대로 좀 해줘. 경기도 도청 문화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컵라면을 먹으며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축이 여성 경제활동 인구를 늘리는 것이다"며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게 대한민국 활성화의 첫 번째다. 지금 우수한 여성 인재들이 유리천장처럼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우리 비서실부터 바꾸자"고 강조했다.

 

경기도청의 여성인재들이 유리천장에 가로막힌 것처럼 과거의 관행에 얽매여서 행동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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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동연 경기도지사 인스타그램 캡처]

 

 

■ 국민의힘, "대중의 호감을 얻기 위한 쇼윈도 행보" 비판 vs.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 "촬영담당 비서관이 관련 메시지 전하려고 올린 것"

 

해당 동영상에 대한 지지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6일 저녁 현재 7000여개의 '좋아요'와 56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내용을 살펴보면 "감사합니다. 억울하게 직장내 괴롭힘으로 어제부로 사직서 제출했는데 이 회사는 도대체가 제 말을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도지사님부터 바뀌면 언젠가 일반 회사들도 바뀌겠지요", "우리 도지사님이 꼰대가 아니라서 너무 다행이에요", "경기도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 "도지사님 식사는 꼭 챙겨드세요!", "그와중에 라면 잘 고르셨네요. 신라면은 못참지", "이재명 말고도 이런 좋은 인재가 있는데...왜?ㅜㅜㅜ", "김동연 지사 감동입니다", "최고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 돼야 할텐데" 등 각양각색의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국민의힘은 공개의도를 비난하는 데 집중했다.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단은 6일 성명을 통해 "김 지사가 숱한 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킨 이 컵라면 호통영상으로 관심 끌기에만 치중하는 듯하다"며 "쇼윈도 행보가 아닌 민생정책 마련에 힘쓸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도의회 고준호(파주1) 국민의힘 의원은 성명을 내 "해당 영상이 계획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김 지사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며, 비서관에게 소리치는 모습은 직장 내 괴롭힘을 연상시킨다"며 "대중의 호감을 얻기 위한 위선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 자료를 발표, "동영상은 3~4개월 전 것으로 당시 회의 촬영을 맡은 비서관이 휴대폰으로 촬영했다가 이번에 관련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올린 것"이라며 연출 의혹을 일축하고, "'격노(?)' 동영상이 아닌 (결국 컵라면을 먹는) '반전' 동영상"이라고 해명했다.

 

강 대변인은 "김 지사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자 '도청 여성 직원들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들어온 분들인데, 그런 여성 직원들이 허드렛일이나 해야 하겠나. 여성 직원 중에서 간부도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일을 통해서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해당 동영상 '공개 의도'를 폄하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도의 여성인재가 도지사가 점심을 굶었다고 컵라면을 끓여서 대령하는 업무를 해서는 안된다는 김 지사의 메시지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김 지사가 여성인재의 태도변화라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조직내에 충분히 전달하려고 한다면 뒤늦게라도 영상 공개를 통해  메시지를 공유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은 '달(메시지)' 대신에 '손가락(공개의도)'을 보고 외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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