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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하반기에 '선택과 집중·AI 고도화'에 가속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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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7.25 05:00 ㅣ 수정 : 2024.07.25 05:00

SK그룹 계열사 219개...삼성·현대차그룹·LG그룹에 비해 3배 이상 많아
SK이노·SK E&S 합병 비롯해 SK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3자 합병 의결
SK에코플랜트, 에센코어·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자회사로 편입
리밸런싱 통해 SK그룹 계열사 사업 및 재무안정성 개선에 속도
최 회장 "SK이노·SK E&S 합병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전력 솔루션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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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SK]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태원(64·사진)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올해 하반기에 AI(인공지능) 고도화에 가속페달을 밟는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그룹 내 각 사업을 고도화하고 기업 합병에 속도를 내는 ‘리밸런싱’(Rebalancing)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밸런싱은 사업 포트폴리오 안에 있는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과정이다. 쉽게 설명하면 일종의 기업 구조조정인 셈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4월 23일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20여명이 모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리밸런싱을 처음 공론화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 주요 관계사 경영진이 모여 그룹 차원의 경영 아젠다 방향성을 논의하고 시너지를 모색하는 최고의사협의기구다. 

 

회의를 통해 SK그룹은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에너지·환경 핵심사업 지분을 대폭 늘려 질적 성장을 가속화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를 보여주듯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6월 28일부터 이틀간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린(친환경)·화학·바이오 산업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 첫발은 이달 17일 SK그룹의 에너지 중간 지주사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두 기업간 합병은 에너지 사업 고도화에 기대감을 높였다. 

 

같은 날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체 SK온과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업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탱크 터미널 기업 SK엔텀은 이사회를 열고 3자 합병안을 의결했다. 

 

또한 그 다음달 건설업체 SK에코플랜트는 그룹 내 반도체 가공·유통업체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그룹 핵심기업인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도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낸다.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는 향후 AI(인공지능) 시대를 이끄는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Total AI Memory Provider)’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한 국내외 투자를 추진한다.

 

이동통신 업체 SK텔레콤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고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컴퍼니 성과를 가시화하기 위해 다른 계열사와 리밸런싱 작업을 차례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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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지난달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이상 화상 참석),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계열사 CEO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사진 = SK]

 

재계에서는 SK 리밸런싱의 주된 배경으로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계열사 사업 및 재무안정성 개선을 꼽는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만 해도 SK그룹 경영 방향성은 기업 M&A(인수합병) 및 신규투자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데 방점을 뒀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SK그룹이 M&A로 고속 성장을 거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보여주듯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결과 SK그룹 계열사 수는 219개로 집계됐다. 이는 △삼성 계열사 63개사 △현대자동차그룹 59개사 △LG그룹 62개사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많다.

 

하지만 SK그룹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일부 계열사가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졌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독립한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대표적인 예다.

 

SK온은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0조원을 지원받으며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했지만 11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누적 적자만 2조6000억원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SK이노베이션 부채는 지난해 말 50조7592억 원으로 회사가 출범한 2021년(23조396억 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SK E&S간 합병은 SK온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재생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알짜 에너지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11조1672억원, 영업이익이 1조3317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상대적으로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춘 SK E&S와 SK이노베이션이 합쳐 SK이노베이션 재무 부담은 줄어들어 향후 여유 자금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에 투입될 수 있게 됐다"고 풀이했다.

 

같은 날 추진된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합병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의 원유 수입·석유제품 수출 사업을 펼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2023년 영업이익 5746억원이라는 안정적 수익을 거뒀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문 기업 SK엔텀도 같은 해 영업이익 2756억원을 기록해 두 회사 모두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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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17일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사진 = 연합뉴스]

 

최태원 회장은 리밸런싱이 갖는 의미가 재무구조 개선만이 아닌 ‘AI 인프라 기업’ 실현을 위한 로드맵의 하나라는 점에 무게를 둔다.

 

최 회장이 지난 19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하계포럼에서 “SK그룹은 AI 인프라(기간시설) 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도 AI 전략의 하나라고 언급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한국이 AI 인프라 구축 경쟁에서 뒤쳐지면 'AI 빅테크'에 종속되는 것을 피할 수 없어 SK가 AI 인프라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 왔다”며 “AI는 엄청난 에너지양을 필요로 해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기를 솔루션화하면 상당한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SK는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핵심인 고(高)대역폭메모리(HBM)로 반도체 업계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SK는 이제 반도체 생산을 뛰어넘어 AI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고 AI 구동에 필요한 전기 에너지를 공급·저장하는 분야까지 사업 영토를 넓힐 방침이다.

 

그룹 계열사 중 SK텔레콤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주력하며 AI 컴퍼니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AI와 맞물려 수요가 증가해 오는 2026년까지 해마다 16% 성장하는 유망시장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고속·대량으로 처리하기 위해 AI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전력 수요가 매우 크다.

 

SK E&S는 △광양천연가스발전소 △파주천연가스발전소 △하남열병합발전소 △위례열병합발전소 △여주천연가스발전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SK E&S는 청정수소의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청정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SK온은 ESS 등을 통해 전기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ESS는 에너지를 저장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초대형 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풍력과 태양열 등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생산해 남은 에너지를 안전하게 저장한다. 또한 전력 수요가 최고점에 도달하면 ESS에 저장된 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장점도 지녔다.

 

최 회장은 SK E&S와 SK온 합병에 이 같은 시너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그동안 기업 M&A를 통해 다양한 신사업을 키워왔다면 이제는 리밸런싱을 통해 그룹 미래사업을 선택과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 재무개선을 일궈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가 필수 사업이 되면서 그동안 SK 주요 계열사도 AI 중심으로 전략 방향을 잡아왔으며 리밸런싱도 그 전략의 하나”라며 “SK는 중단기로 재무구조 개선에 중점을 두지만 이를 토대로 장기적으로는 AI 비즈니스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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