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용정보원 김준영 고용정보분석실장(상)] "10년 후 빈 일자리 100만명 시대, 인력 수급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 시급해"
박진영 기자 입력 : 2024.06.30 05:15 ㅣ 수정 : 2024.06.30 17:57
"작년 출생률 0.78명으로 세계 최하위권, 미래에 생산가능인구 압도적 감소 예상" "지역적으로는 지방에서, 산업별로는 필수 노동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 심해질 것" "첨단 기술이 노동력 부족 분야의 인력 대체에 힘 못 쓰는 사회에 대한 논의 필요” "청년, 여성, 고령자 등 경제활동 잠재 인력이 노동시장에 유입되도록 참여 촉진해야" "정년연장 등 계속 고용 통해 노동 시장에서의 퇴장 시기 늦추고, 노인 인력 활용해야" "기혼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 위한 일‧가정양립제도, 모성보호제도 등 정책 마련 필요해" "한‧중‧일 3국 외국인 노동력 확보전 심화될 것, 매력적인 외국 인력 유인정책 마련해야"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을 연구하는 업무에 배정된 연구원은 고작 10명, 인력 확충 절실해"
우리나라는 다음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오는 2025년에 노동력의 공급이 줄어드는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오는 2027년부터 노동 시장에 추가 필요 인력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사전 대비가 필요한 시점에 있다. 또, 코로나19 대공황을 계기로 경제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플랫폼노동자(platform workers)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근로자가 늘어났다. 기존의 임금근로자들과는 고용형태가 다른 플랫폼노동자를 위한 고용 서비스 지원의 방향이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미래 인력수급 전망과 플랫폼노동자들의 근무 현황‧정책적인 제도 등의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고용정보원의 김준영 고용정보분석실장을 만나 최근의 고용 이슈와 정책 제안 등에 대해 취재하고 2회에 걸쳐서 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우리나라는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64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인구절벽 위기에 처해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노동의 자동화가 어려운 필수 노동 분야에서부터 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지고, 노동력 수급 문제의 도미노 현상이 시작될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김영중, 이하 고용정보원)은 이 같은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해 청년과 여성, 고령자 등의 잠재인력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정밀한 노동력 수요 예측을 통해 미래 고용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미래 인력 수급 전망과 정책 제안을 담당하는 고용정보분석실의 김준영 실장을 만나 10년 이내의 가까운 미래에 한국이 처한 노동력 부족의 현실과 극복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김준영 실장은 지난 28일 <뉴스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문제가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을 낮추고,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준영 실장은 "지금 출산율을 높여도 20년을 기다려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노동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년연장 등을 통해 내국인의 노동 시장 퇴장 시기를 늦추고, 기혼 여성이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한국, 중국, 일본의 외국인 모시기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우수한 외국 인력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정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준영 실장은 경북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교토대학(京都大學)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노동경제 전문가다. 지난 2019년 고용노동부에서 연구원으로 입부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과 고용정보원 e현장행정지원팀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김준영 실장과 일문일답.
Q : 많은 경제학자들은 인구절벽에 직면한 우리나라가 머지않은 미래에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내에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A :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구의 감소다. 인구의 감소를 초래하는 요인은 무엇보다 저출산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여성의 경력 단절 우려,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과다한 양육‧교육비 지출, 주거비 부담 등으로 복합적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률은 0.78명으로 이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기 시작했고,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도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다음해부터 인구 5명 중 1명이 고령층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인구는 이미 2020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급격한 인구의 감소는 국가의 성장 동력을 저하하는 치명적인 독(毒)이 될 수 있다. 특히, 15세부터 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문제다. 15~64세 인구는 지난 2022년 3623만 3000명에서 오는 2032년에는 3244만 80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Q : 이 같은 노동력 부족 현상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A : 노동력 감소는 경제 성장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동인구가 감소하면 소비가 줄어들고, 소비가 줄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인구가 감소할 수록,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이 더 많아진다. 미래에 우리나라는 인구의 지방 소멸 현상이 나타나고,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인구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모든 면에 있어서 인구 감소는 압도적으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Q : 우리나라의 노동력 부족은 특히 어떤 분야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하나.
A : 국내의 노동력 부족은 모든 분야에서 고르게 일어나지 않고 특정 분야에 집중되어 차별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노동력 부족이 더 심화될 것이고, 산업별로는 필수 노동 분야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의사 등 고숙련 직종에서는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야는 돌봄, 운수‧운송, 배달, 도‧소매 등 우리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노동 분야다. 필수 노동 분야의 노동자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고노동과 낮은 임금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인공지능과 IT 기술이 도입되면서 노동의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 직종들은 노동의 자동화가 이뤄지기도 어렵다. 첨단 기술의 인력 대체가 노동력이 부족한 분야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미래의 사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Q : 고용정보원의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에서 전망된 노동력 부족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A : 우리나라가 2032년까지 1.9%~2.1%대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취업자 수는 2929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우리 부서가 조사한 인력수급전망 결과를 보면, 현재와 같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지속될 경우 2032년에 예상되는 취업자 수는 2839만8000명 규모로 89만4000명의 노동자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의 3%를 넘는 수준이다.
2032년 이후의 인력 수급 전망을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인력수급전망은 통상적으로 10년의 미래를 내다보는데, 그 이후에도 노동력 부족문제는 지속적으로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15~64세 인구수는 이미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2032년에 전체 인구의 3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노인인구 비율이 늘어나는 현재의 상태가 유지된다면 노동력 부족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Q :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과제는 무엇인가.
A : 청년과 여성, 고령자 등의 경제활동 잠재 인력이 노동시장에 유입되도록 참여를 촉진하고, 외국인 인력의 국내 유입을 더 늘릴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노동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업종과 지역 등을 찾아내고,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대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지금 태어난 아이는 20년 후에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연령이 된다. 현재의 인구 구조에서 노동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법은 첫째, 내국인이 직장에 오래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 있고, 둘째, 이민 등 외국 인력의 활용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의 예로는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정년연장 등을 포함해 노동 시장에서의 퇴장 시기를 늦추는 정책을 들 수 있다. 여기에는 노동 시장에서 퇴장한 기혼 여성이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나 일‧가정 양립제도,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의 다양한 정책도 포함된다.
정부는 외국인 인력을 늘리려고 이민청 신설을 논의하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을 하고,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 친화적인 사회,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하면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인력 수입을 둘러싸고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 우수한 외국 인력을 한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매력적인 정책들을 하나씩 마련해 가야 한다.
Q : 노동력 부족 규모를 포함해 보다 신뢰성 높은 인력수급 전망을 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A : 고용정보원은 지난 2006년부터 2년마다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기존의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에 더해 인력이 부족한 상태인 ‘노동력 공급 제약 사회’에서 부족한 노동력 규모를 전망하는 일도 수행하고 있다. 미래에 인력이 부족한 산업과 직종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정비하고 확충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확한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력수급 전망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전문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고용정보원은 10명 정도의 인력이 중장기 수급 전망 업무를 하고 있다. 적은 수의 직원이 국내 산업과 직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력 부족 현황을 연구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연구원 인력 확충을 통해 연구 역량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연구를 추진해 가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