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기획 : 직장인 정신 건강 현주소 ②] 장시간 노동에 IT·게임 종사자 '정신 질환' 확산…업계 앞다퉈 '복지 제도' 도입

서예림 기자 입력 : 2024.06.21 09:17 ㅣ 수정 : 2024.06.24 10:41

IT·게임 업계 '장시간 노동' 문제 도마 위…"야근·밤샘 반복"
전문가들 "업무 조건 가혹해"…초과 근무·고도화된 업무 원인
IT 중심으로 사내 심리센터 오픈 등 복지 제도 마련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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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한 가운데 특히 4차산업 종사자들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2‧3차 산업이 중심이던 과거 1980~1990년대까지는 정신 건강 장애를 앓고 있는 직장인을 사실상 찾기 어려웠다. 정신보다는 육체 중심의 노동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은 중증 이상 환자만 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사회가 변화하면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정신 건강 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치료를 위해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면서 직장인 정신 건강 장애가 사회 문제로 인식 자체가 전환되고 있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직장인 정신 건강 장애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기업 등의 사례를 총 15회에 걸쳐 보도하며 우리 사회와 직장에 작은 걸음이나마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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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디지털 전환(DX)으로 최근 IT·게임 업계에서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직장인이 급증하고 있다.

 

IT·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늘상 '장시간 노동'과 '고도화된 업무'에 내몰리며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 업계 종사하고 있는 A씨(26세)는 "포괄임금제로 야근 수당은 받지 못하지만, 야근을 하는 날은 다반사"라고 말했다. A씨는 직장 동료는 같은 문제로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고민하고 있었다. 실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IT·게임 업계에서 요구되는 '고도화된 정신 노동'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와 상담을 받는 직장인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심각성을 인지하며 임직원 복지 제도 향상에 나서고 있다.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초과·휴일 근무를 지양하고 사내에 심리상담센터를 오픈하는 등 임직원 정신 건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게임 업계 역시 실손 보험을 제공하고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야근·밤샘은 당연"…IT·게임 업계 '장시간 노동' 문제 수면 위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게임 업계 종사자의 정신 질환 문제는 지난 2021년 5월 네이버에서 근무하던 한 개발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며 가시화됐다. 당시 고인은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친 업무 지시로 야간과 휴일, 휴가를 가릴 것 없이 과도한 노동에 시달려 온 것이다. 

 

이 사건으로 IT·게임 업계 내 만연하게 발생하고 있는 '장시간 노동'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 IT·게임 업계에는 업데이트나 출시를 앞두고 야근과 밤샘을 반복해야 하는 혹독한 문화가 존재한다. 일명 '크런치 모드'다. 판교에 위치한 IT·게임 업체는 밤새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판교의 등대' 혹은 '판교의 오징어 배'로 불릴 정도다. 

 

최근에는 업무 환경이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정신적 스트레스에 취약한 대표적인 업종으로 'IT·게임 업계 종사자'를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덕인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IT 업계 종사자들은 업무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개발하는 데 시간을 쫓기기 일쑤고, 늦게까지 일하는 게 다반사"라며 "근무 시간동안 혼자 앉아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큰 집중력이 요구되는 일들만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쉴 시간은 적고 좁은 공간에서 모니터만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번아웃과 우울증에 걸리는 등 불안 반응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권순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보 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IT·게임 업계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고도화된 정신 노동이 정신 건강의 해치는 주범"이라며 "개발자는 크게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로 나뉘는데, 프론트엔드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고 계속해서 팀원 및 외부와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메인 컴퓨터를 담당하는 백엔드 또한 서버가 다운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불안 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판교역 인근에 정신건강의학과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수많은 IT·게임 업계 종사자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뉴스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판교역 도보 1∼2분 내 위치한 정신건강의학과는 최소 10곳이다. 판교역과 가까운 서현역은 최소 12곳, 야탑역은 최소 8곳의 정신건강의학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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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 실손 보험·심리 상담 프로그램 등 '건강 케어 임직원 복지 제도' 확산

 

업계에서도 이 같은 심각성을 인지해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직원의 업무 효율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복지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먼저 IT 기업에서 복지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2022년부터 '사내 심리센터'를 운영 중이다. 불안감과 우울증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는 데다가 직장 내 스트레스를 받는 임직원의 마음 건강을 챙기기 위해 기획됐다. 네이버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상담 날짜와 시간을 선택해 자유롭게 예약할 수 있다. 상담 주제는 개인적인 고민부터 직장 내 대인 관계 문제 등 다양하게 다룬다. 연간 총 10회까지 네이버에서 상담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카카오는 사내 전문상담·명상 공간인 '톡테라스'를 마련했다. 매일 오전 20분간 명상을 할 수 있고, 1대1 심리상담도 가능하다. '톡클리닉'에서는 국가공인안마사 자격을 갖춘 '헬스키퍼'가 장시간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는 직원들의 리프레시를 돕는다. 또한 직원이나 직계 가족의 치료비, 입원비를 최고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게임 업계도 복지 제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컴투스 그룹은 직원 건강을 우선시하는 복지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전 직원과 직원 가족까지 단체 실손 보험을 제공한다. 이 보험은 상해나 질병으로 인한 의료 실손과 3대 질병인 뇌졸중, 심근경색, 암에 대한 보장이 가능하다. 실손 보험을 이미 가지고 있는 직원은 추가로 치과 보장 보험을 선택할 수 있다. 보험 한도 이상의 병원비를 지출해야 하거나 보장 범위 밖의 가족의 병원비 지출에 대해서는 200만원 한도로 복지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해당 복지카드는 병원비 외에도 교육, 레저, 게임, 여행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2년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여기에 더해 사내 식당 '쿠킹'을 통해 무료로 조·중·석식을 제공해 구성원들의 생활 건강을 챙긴다. 전문기관과 연계를 통한 심리상담 프로그램 '상담포유 서비스'로 정신 건강까지 관리해준다. 상담포유 서비스는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 심리·정서 부문, 불면증, 가정 등 광범위한 상담 케어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펄어비스는 '게임 회사의 최고 자산은 직원'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주거 문제, 가족케어 등 세부 영역에 이르기까지 이색적인 복지 제도를 시행 중이다. 넥슨은 직원 대상 전문 심리 상담소인 '내 마음 읽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정신 건강을 위한 점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워크숍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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