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기존 종합상사에만 국한하지 않고 AI(인공지능)으로 퀀텀점프한다'
최근 국내 주요 종합상사들이 종합상사라는 기존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AI 분야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최근 AI 투자회사로 변신한 가운데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X인터내셔널도 AI 사업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들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재무 불안정을 막고 지속 성장 가능한 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이들은 최근 기업 경영의 화두로 등장한 AI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방침이다.
■ SK네트웍스, '상사' 간판 벗어나 AI 회사로 탈바꿈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최근 자회사 SK렌터카 지분 100%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8200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계약은 인수 측 이사회를 거쳐 향후 1개월 이내 체결이 이뤄지면 올해 3분기 내에 남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은 SK네트웍스가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AI 기술을 접목한 사업모델을 통해 본사와 자회사의 유기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AI 컴퍼니로 진화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는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에 AI 허브 '피닉스랩(PhnyX Lab)'을 설립해 AI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피닉스 랩은 우수한 개발 역량을 갖춘 미국 현지 인력 4명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명문 스탠포드대학 연구원 및 석·학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인재들로 여러 AI 프로젝트를 이끈 경륜을 갖추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들 연구원은 향후 SK네트웍스 및 자회사와 협력해 AI 제품과 신규 솔루션 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며 "특히 AI 관련 기술 개발, AI 서비스 검증 및 마켓 테스트, 글로벌 선진기술을 연계한 AI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은 최근 “피닉스 랩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혁신 허브로 미래 선도적인 AI 기술 연구는 물론 사업모델 개발 등 실제 비즈니스 활용 방안까지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SK네트웍스는 한국의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Upstage)'에 1900만 달러를 투자해 맞춤형 검색 서비스와 문서 처리에 특화된 개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데이터 솔루션과 AI 기술을 결합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뉴스투데이>에 "SK네트웍스의 핵심 자회사 SK매직은 현재 공기청정기, 정수기, 비데 등 환경가전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며 "최근 SK매직이 AI 기반 신제품 출시를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재선 연구원은 또 "이러한 신제품은 AI 기술을 접목해 기존 제품보다 더 높은 효율성과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포스코인터내셔널, AI 기술로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박차
이에 질세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AI 기술을 활용하여 신재생에너지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에 나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남 신안 육상 풍력 발전 사업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해상 풍력 발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AI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예측 모델을 개선하고 에너지 생산과 배분을 최적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AI 기반 예측 시스템은 풍력 발전기의 바람 패턴을 분석해 에너지 생산량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이는 전력망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AI는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 분석해 에너지 저장 장치의 충전 및 방전을 최적화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비용도 줄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 LX인터내셔널, AI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 본격화
LX인터내셔널은 최근 AI를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이를 위해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협력해 LNG(액화천연가스) 저장 탱크와 관련 시설을 건설 중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LNG 탱크와 시설이 오는 2027년에 상업 운영을 시작한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AI 기술은 LNG 저장 및 운송 과정의 최적화에 기여한다"며 "AI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저장탱크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운송 경로를 최적화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AI 기반 예측 모델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해 공급 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상사의 이와 같은 '변신'에 대해 "AI가 첨단 기술이라는 점 때문에 종합상사들이 사업력을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외 무대에서 뛰는 종합상사 성격을 감안해 AI를 통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종합상사가 해외 자원시장도 주요 사업 항목이라는 점에서 해외 자원 발굴과 가격 결정 등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AI가 큰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