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중국이 ‘한·중 외교안보대화’ 통해 북한·러시아에 보내는 신호는?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6.20 13:51 ㅣ 수정 : 2024.06.20 13:51

‘국익에 위배 되면 견제하겠다’란 의미 담겨…·중국과 관계 개선 및 증진의 기회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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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북중관계 전문가)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찾은 지난 18일 서울에서는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열렸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위협 문제를 비롯해 푸틴의 방북과 북·러 밀착 현상 그리고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등 전반적인 안보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중국은 “대(對)한반도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라는 기존의 원칙을 다시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즉 이번 외교안보대화는 양국이 자국의 입장을 밝히는 의견 교환 정도의 회의였다. 그렇지만 중국이 이 회의를 통해 우리와 북한·러시아에 보내는 신호는 ‘국익에 위배 되면 견제하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외교안보 분야에서 우리와 다른 입장이나 협력 필요해 회의 개최 요구

 

우리와 중국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다른 입장이다.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증진하지만, 중국은 북한을 후원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대만과 남중국해로 확대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 차는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분명히 드러났으며, 외교부 차관급이 수석대표인 이번 외교안보대화에서 좁혀질 사안이 아니다.

 

중국은 한국과 외교안보 분야에서 의견을 일치시키거나 합의를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한·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달 26일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외교안보대화의 6월 중순 개최를 요구했다고 한다. 필자는 여기에 담긴 중국의 의도를 5월 29일자 칼럼(한·중 관계 개선전략, 국익에 대한 개념 정립과 원칙 먼저 세워야)에서 분석한 바 있다. 

 

즉 우리가 중국이 요구하는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 완화와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수용할 경우 후속하는 경제 분야 대화에서 우리와 경제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라는 신호라고 했다. 이어지는 경제 분야 대화는 ① 한·중 FTA 2단계 협상, ② 수출 통제 대화체, ③ 투자협력 위원회, ④ 한·중 경제협력 교류회 2차 회의 등이다.

 

우리가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한다면 이러한 경제 분야 대화의 성과는 불분명할 것이며 중국은 더 나아가 요소수 등 우리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몇 가지 품목을 통제해 2021년 요소수 대란 같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협력 가능성 보이며 북·러 밀착 견제하고 북·중·러 협력 불참 표명  

 

한·중 외교안보대화 다음날인 19일 북한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체결해 양국 관계를 동맹수준으로 격상시켰다. 중국은 북·러 밀착이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북한과 러시아가 급격히 가까워지는 것을 불편해하고 있다. 

 

중국은 푸틴 대통령이 5월 중국 방문에 이어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만류한 바 있다. 러시아가 중국이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북한과 관계를 증진하는 것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향후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협력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바라고 있는 북·중·러 對 한·미·일 대결 구도는 미국과 유럽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어 중국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북·러 정상회담보다 하루 일찍 열렸지만,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를 향해 한국과 외교안보 관계 개선과 증진 가능성이라는 신호를 보내 북·러 밀착을 견제하면서 북·중·러 협력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경제협력 대화 기회 창출하며 전략적 자율성 확대할 공간 마련해야

 

푸틴의 북한 방문과 북·러가 체결한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보면 한반도 정세는 긴장되고 안보위협이 가중되는 듯하지만, 한·중 외교안보대화 전후의 중국 상황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모습도 보인다. 

 

중국이 우리와 대화와 협력이 필요해 접근할 때, 중국과 관계 개선 및 증진의 기회로 삼아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부분과 받아들일 수 없는 한계선을 명확히 하면서 중국과 경제협력 관련한 대화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 문제 개입 문제에는 신중하되 반도체 공급 문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동시에 우리와 중국은 북·러 밀착 견제라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공동의 관심사가 발생했다. 이 문제는 미국도 이해가 일치하고 있어 북·러 밀착 견제를 위해 한·중이 대화를 진행하면서 미국도 동참하는 상황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그동안 부족했던 중국과 대화의 기회를 창출하면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할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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