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110조원대 글로벌 ESS시장 공략 가속페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하이엔드 동박 역량 해외에 적극 알려
에코프로, 헝가리 공장 건설 진행 중... 다양한 양극재 역량도 뽐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향후 11년 내 110조 원대로 커지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을 잡아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한국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이달 19일(현지시간)부터 21일까지 독일 뮌헨 전시컨벤션터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유럽’에 참가해 첨단 ESS 제품을 선보인다.
인터배터리 유럽은 국내외 배터리 관련 기업의 유럽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를 맞는 이 전시회는 코엑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코트라가 공동 주최하고 78개 기업이 참가해 부스를 꾸민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은 최근 전기자동차 시장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은 배터리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ESS 역량 강화에 나섰다. ESS는 대형 컨테이너에 두꺼운 책 모양의 배터리셀을 넣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외관상 컨테이너 야적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ESS는 전력 효율성을 높이고 전압이나 주파수를 안정화해 전력 품질을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ESS 시장 전망도 밝다. 배터리·반도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5년 글로벌 ESS 시장은 800억달러(약 1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성장세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1위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는 올해 1분기 41만3000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42만3000대)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현대차·기아 역시 올해 1분기 12만10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판매량(12만2000대)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이처럼 주요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 판매량 감소는 '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이 같은 주요 업체의 전기차 판매량 감소는 '전기차 캐즘 시대'가 본격화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이번 독일 전시회를 통해 글로벌 ESS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경영전략을 마련했다. 이는 ESS의 최근 성장세를 감안한 것이다.
올해 전세계 ESS 시장 규모는 400억달러(약 55조원)에 이르고 해마다 6.5% 성장해 2035년에는 800억달러(약 11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시장이 꾸준히 커지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전력을 별도로 저장할 수 있는 ESS 수요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최첨단 ESS 제품을 선보여 해외시장 공략에 도전장을 냈다. 국내 배터리 '빅3' 가운데 하나인 SK온은 이번 인터배터리 유럽에 참가하지 않았다.
국내 유일의 동박 흑자기업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하이엔드 동박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동박은 '얇은 구리판'을 뜻하며 이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음극재를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양극재 제조업체 에코프로는 헝가리에 건설 중인 공장을 소개하며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설명했다.
■ LG에너지솔루션, LFP 배터리 활용한 주거용 ESS 모델 2종류 공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전시회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활용한 주거용 ESS 제품 '엔블록 이(enblock E)'와 전력망용 ESS 제품 ‘뉴 모듈라라이즈 솔루션즈(New Modularized Solutions)을 선보인다.
두 제품은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이 주력으로 공급해온 전기차용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는 다른 행보인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엔블록 이 제품에는 JF1 기술이 적용됐다. JF1 셀은 가로 101.7mm, 세로 353.5mm, 높이 16.4mm 크기이며 56.6Ah(암페어) 용량이 포함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LFP 배터리는 첨단 기술력이 돋보인다. LFP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NCM배터리 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깬 제품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JF1 규격이 적용된 ESS용 LFP배터리는 충·방전효율을 나타내는 'RTE(Round Trip Efficiency)' 평가에서 95%를 기록했다. 이는 NCM 배터리(97%)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기술력과 모듈로 팩을 간편하게 끼워 넣어 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은 효율적이며 가성비가 뛰어난 편"이라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력망용 ESS 제품에 사용하는 기술은 JF2 기술이다. JF2 셀은 가로 125mm, 세로 581mm, 높이 17.5mm 규격으로 제작되며 146Ah의 용량을 갖췄다. LG에너지솔루션은 JF2 기술과 화재 방지솔루션을 결합해 전력망용 ESS를 제작할 계획이다.
전력망용 ESS 제품은 주로 대규모 전력설비를 운영하는 곳에 납품한다. 안전과 대규모 전력 저장에 최적화된 특징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제품이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 삼성SDI, 효율극대화 'NCA ESS' 제품 선봬
삼성SDI는 지난해 선보였던 ESS제품 ‘삼성 배터리 박스(SBB)’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SBB 1.5'를 공개했다.
SBB 1.5는 내부 공간 효율화를 통해 더 많은 양의 배터리를 넣어 총 5.26MWh 용량을 나타낸다. 또한 에너지 밀도가 높은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셀이 장착되고 전력망에 연결하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해 성능과 편의성을 모두 갖춘 제품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 단위 에너지밀도가 기존 제품과 비교해 37% 가량 향상된 점도 특징이다. 이와 같은 성능 향상에 힘입어 SBB 1.5는 기존 SBB의 73% 크기로도 같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4개 컨테이너를 서로 맞닿게 설치할 수 있어 설치 공간을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S 제품은 다수 밀집된 형태로 설치되는 게 일반적인 형태"라며 "이에 비해 SBB 1.5는 서로 맞닿게 설치할 수 있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외에 ESS 제품 내부 화재를 예방하는 안정성도 돋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기존 직분사시스템의 열 전파 차단시스템에 ‘모듈내장형 직분사(EDI)기술을 더해 화재 예방 및 확산 방지 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EDI 기술은 SBB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관련 셀을 포함하는 전체 모듈 단에 불을 끄는 성분이 분사돼 화재 확산을 방지한다.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하이엔드 동박 역량 돋보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번 전시회에 ‘하이엔드 동박 글로벌 넘버원(High-End Elecfoil Global No.1)’이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하이엔드 하이브리드 존(High-End Hybrid) △에코&글로벌 네트워크 존(Eco&Global Network) △롯데 브랜드 존(LOTTE Brand) △미디어 존(Media)을 전시했다.
하이엔드 하이브리드 존은 초극박·고강도·고연신을 동시에 만족하는 하이엔드 동박 제품이 등장한다.
하이엔드 동박은 머리카락 약 20분의 1 두께인 6 마이크로미터(㎛) 보다 얇으면서(초극박)도 강도가 높고(고강도) 길게 늘어나는(고연신) 제품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2025년 글로벌 배터리 기업이 신규 폼팩터(제품 형태) 배터리 '4680(지름 46㎜, 길이 80㎜) 배터리' 양산을 본격화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하이엔드 동박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이번 인터배터리 유럽 참가는 이와 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GII에 따르면 하이엔드 동박을 포함한 전 세계 동박 시장은 2023년 75억5000만달러(약 10조4400억원)에서 2030년 146억3000만달러(약 2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인터배터리 유럽 전시회는 우리의 차별적 기술력으로 만든 하이엔드 동박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차세대 배터리를 준비하는 글로벌 고객사에게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하이엔드 시장점유율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과 함께 양극재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에코프로도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에코프로는 헝가리 동부 도시 데브레첸 산업단지에 총 면적 44만㎡(약 13만평) 규모로 양극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헝가리 양극재 공장 생산 능력은 연산 10만8000t이며 이는 전기차 135만대 가량을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올해 말에 준공될 예정인 이 공장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헝가리 공장은 NCA 양극재, NCM 양극재, LFP 양극재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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