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소송 오류 바로잡는다(下)] 그릇된 재산분할 비율로 원심판결 파기환송 될 수도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6.20 05:00 ㅣ 수정 : 2024.06.20 09:17

1조3800억 재산분할,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최대 쟁점 떠올라
최 회장, SK C&C 주식 가치 증가 기여분 오류와 재산분할 비율 바로잡기로
대한텔레콤 주식 액면분할 감안하면 최종현 기여도 10배↑·최태원 기여도 10배↓
항소심 재판부, 실수 인정하며 판결 수정...'판결문 수정의 적법성' 논란
최회장 측 "재판부, 기여 비교기간 왜 늘렸나…판결 영향 없는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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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나비 아트센터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지난달 30일)이 난 지 20일이 지났다. 최태원 회장이 승리했던 1심과 달리 항소심은 노소영 관장의 손을 들어주며 판결을 뒤집었다. 특히 가사소송에서 다소 이례적인 재산분할과 위자료 규모도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을 포함한 SK그룹은 최근 항소심 판결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SK그룹은 그동안 말을 아껴온 ‘SK의 6공 특혜’ 논란을 비롯해 ‘고(故) 최종현 회장 기여도 과소평가’ 등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을 비롯한 모든 임직원 노력의 결과물이다. 최 회장과 임직원들이 지난 71년간 젊음과 정열을 모두 바쳐 일궈낸 성과를 자양분 삼아 성장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항소심으로 실추된 그들의 명예를 대법원에서 되찾기 위해 주력할 방침이다. <뉴스투데이>는 이번 항소심에서 불거진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기획 시리즈를 두 차례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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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나비 아트센터 관장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나비 아트센터 관장 이혼소송의 최대 쟁점은 거액의 재산분할이다. 

 

이혼소송 1심은 최태원 회장에게 재산분할로 노소영 관장에게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무려 1조3808억원을 재산분할로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항소심 재산분할액이 1심에 비해 20배나 늘어났다. 위자료도 1심 1억원에서 항소심 20억원으로 역시 20배 이상 증가했다. 

 

최 회장이 국내 재계 서열 2위 그룹 총수이지만 현금 1조원을 서둘러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최 회장 재산 대부분이 SK㈜ 주식이다 보니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최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는 빌미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매각이나 주식담보대출이 거액을 마련할 수 있는 해법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1조원대 재산분할 금액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아닌 ‘SK C&C 주식 가치 증가 기여분’의 오류와 이를 기반으로 책정된 재산분할 비율을 바로잡는데 집중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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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 = 연합뉴스]

 

■ 최태원-노소영 항소심 판결 논란 지속…판결문 수정 '후폭풍'

 

20일 최태원 회장 측에 따르면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은 장남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그해 11월 당시 자본잠식에 빠진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대한텔레콤은 1998년 회사 이름이 SK C&C로 바뀐 후 주식 가격이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쳐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축소됐다.

 

재판부 역시 이 같은 회계 산정 방식이 옳다고 인정했지만 주식가액에서는 이견을 드러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그리고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계산했다. 

 

재판부는 또 △1994∼1998년 최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 2009년 SK C&C 상장까지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회사 성장에 대한 최 선대회장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쉽게 설명하면 최 회장 기여도가 최 선대회장 기여도 보다 훨씬 크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노 관장 기여분을 인정해 재산분할 비율을 65대 35로 정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최종현 회장이 125배, 최 회장이 35.5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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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법률 대리인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해 재판 현안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뉴스투데이]

 

최 회장 측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치명적 오류’임을 강조해 공론화하자 같은 날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경정에 나섰다. 

 

그리고 주식가액을 100원에서 1000원으로, 최 회장 기여분을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오류가 수정됐다고 해서 판결 결과까지 달라지지 않는다며 1조3808억원으로 인정한 재산분할 주문은 유지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 경정했다는 것은 원심판결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단순한 숫자 오기가 아니라 그 오류에 기반해 재산분할 대상과 분할 비율에 대한 판단을 한 것으로 판결 전제가 된 주요사실에 대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판결 결과에 영향이 있으므로 경정 대상이 아닌 파기사유라는 게 최 회장 측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 다음날인 18일 이례적으로 판결정정에 이어 이유를 설명하는 자료까지 배포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수정은 최 회장 명의 재산형성에 함께 기여한 원고 부친·원고로 이어지는 계속적인 경영활동에 관한 ‘중간단계’ 사실관계에서 발생한 계산오류 등을 수정하는 것”이라며 “최종적인 재산분할 기준시점인 올해 4월 16일 기준 SK주식 가격인 16만원이지만 구체적인 재산 분할 비율 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SK주식 가치 상승 기여도가 최 선대회장이 125배, 최 회장이 35.6배라는 최 회장 측 주장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2009년 11월 3만5650원은 중간단계 가치로 최종 비교 대상이나 기준 가격이 아니다”며 “이를 기반으로 최 회장과 선대회장 기여는 160배와 125배로 비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거듭 판결경정이 판결 이유에 나타난 잘못된 계산오류와 기재 등에 관한 수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과 선대회장 뿐만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 등 노 관장 측이 SK그룹 성장에 무형적 기여를 했다는 판단은 그대로 유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재산 분할 비율 65 : 35 등의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재판부 설명자료에 판결문에 없는 내용이 포함돼 ‘판결문 수정의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최 회장이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힌 만큼 항소심 재판부 해명이 대법원에 방어논리를 전달하기 의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법관윤리강령 제5조에 ‘다른 법관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 금지’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은 같은 날 재판부 설명자료에 또다시 반박했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 설명자료에는 최 회장 기여 기간을 2024년 4월까지 26년간으로 늘리면서 160배가 증가한 것으로 기술했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이러한 논리를 견지하려면 판결문을 2024년까지 비교기간을 늘리도록 추가 경정을 할 것인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실질적 혼인관계는 2019년에 파탄 났다고 설시했지만 2024년까지 연장해 기여도를 재산정한 이유도 궁금하다”며 “오류 전 (최 회장과 선대회장의 기여도를) 12.5 : 355를 기초로 판단했던 것을 125 : 160으로 바꿨는데 판결에 영향이 없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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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뉴스투데이]

 

■ 대법원 '경우의 수' 복잡...원심판결 파기환송 가능성 커져

 

이혼 소송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대법원의 경우의 수도 복잡하게 됐다. 우선 상고심은 원심 판결의 사실인정의 잘못은 따지지 않고 법리해석에 대한 잘못만을 따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가사재판은 대법원에서 원심이 뒤집히는 사례가 드물어 판결이 뒤집히기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법조계 상식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은 예외다. 재판부가 계산 오류를 인정해 판결문을 경정해 이번 재판이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최 회장 측은 민사소송법 제211조 3항에 근거해 재판부 수정 결정에 불복하고 ‘즉시항고장’을 제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법원은 수정에 대한 항고심과 이혼소송 상고심을 각각 별도로 배당해 이혼 사건을 각각 심리해야 한다. 

 

이번 항소심은 이례적인 판결로 법조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판결 내용 변경 가능성이 있어 경정 대상이 아니며 파기환송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가정법원 판사이자 법무부 송무심의관 출신인 정재민 변호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설명자료 요지는 위 경정은 중간단계 사실관계 계산오류로 경정 대상이며 최종 재산분할 비율에 영향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민 변호사는 “하지만 판결 경정은 판결의 실질적 내용이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누가 봐도 명백한 사소한 누락, 오기, 계산 착오를 바로잡는 것인데 이것은 경정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중요한 부분에 대한 오류가 있는데 재산분할비율에 영향이 없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아인’ 이환규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이환규 변호사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은 부부 공동생활 중 형성된 재산을 나눠갖는 것인데 주식 가치가 달라지면 분할 대상인 재산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최초 판결문에서 100원이던 주식 가치가 1000원으로 변경됐다면 최 회장 부부 생활 중 주식 가치가 100원이 아닌 1000원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증가한 재산 역시 줄어든 것”이라며 “그럼 두 사람이 지분으로 나눠가져야 하는 액수도 당연히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사소송 뿐만 아니라 모든 소송이 대법원에서 결론이 바뀌는 경우는 불과 5% 전후이며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이 사건은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 액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기초적인 오류가 있었고 이는 충분히 상고심에서 파기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위자료 액수 또한 파기환송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할 위자료에 대해 1심은 1억원을, 2심은 20억원을 판결했다. 

 

법원이 참고하는 이혼 위자료 산정 기준에서는 청구인의 나이, 혼인기간, 자녀의 수, 이혼의 원인 등을 반영해 기준 점수를 매겨 총점에 따라 위자료 금액을 최소 1000만원 이하에서 최대 9000만원~1억원을 제시한다. 

 

일반적인 이혼소송 위자료는 3000만원이며 최대 금액이 5000만원 정도다. 노 관장 위자료 금액은 다른 사건에 비해 상당히 큰 편이라는 게 이 변호사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의 위자료 판결은 ‘일반인의 정신적 아픔과 대기업의 정신적 아픔은 경제적으로 다른 가치를 갖는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대법원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위자료 산정 기준을 위한 법리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파기환송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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