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 업적 지우기와 자력갱생 전략의 허구성 (下)
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김정은은 2019년 하노이 회담의 성과를 “북한이 추구해 왔던 북한 전략의 화룡점정(畵龍點睛)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회담은 결렬됐다.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자신의 판단이 성급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과거 북한(김일성, 김정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 김정은 세우기
회담 결렬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에게 돌렸다. 문재인 정부가 민족공조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앞잡이 역할을 하면서 북한을 속였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남북관계는 사실상 냉각 상태로 들어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감안할 때 현재 북한이 보이는 행보는 단순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바뀐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술적인 변화를 택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기존 북한의 전략노선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김정은 세우기’가 있다. 김정은의 업적, 즉 핵무력 완성 및 경제활성화(살림집 건설, 20X10 정책, 농업 증산 등)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김일성 및 김정일의 업적을 희석시킴과 동시에 김정은의 업적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김정은의 북한으로 동화되도록 하는 의도를 보인다.
여기에는 김주애를 조기에 공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김씨 왕조’를 공식화하는 작업도 포함된다.
• 문제는 경제다
그러나 김정은은 또다시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전략 변화의 핵심은 경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언제나 경제보다는 체제를 우선한다.
체제 보위를 위해서 경제를 희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교류만으로 경제는 자력갱생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시장은 확대됐다. 시장의 확대는 외부세계와의 연계에서 비롯했다.
김정은은 2010년경 무역계획, 특히 석탄수출의 무역계획을 풀었다. 이로 인해 북한시장은 활성화됐다. 여기에 북한은 경제운영 방식을 ‘대안의 사업체계’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전환했다(2019년 헌법 개정).
기업 생산의 평균 30%는 국가계획에 따르지만, 나머지 70%는 기업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시장과 연계한 것이다. 시장의 활성화는 국제사회(특히 중국)와의 연계에 의존하게 됐다.
그런데 강화된 경제제재로 석탄수출이 어렵게 되고, 2019년말부터 시작된 국경폐쇄로 인해 이 효과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2023년부터 국경은 다시 열리기 시작했지만, 그동안 형성됐던 국제적 연계는 대부분 끊어졌다. 지금 북한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의 연계를 복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북한은 변하지 않았는데 국제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경제는 1970년대 수준이며 극도로 폐쇄되어 있어서 중국 자본조차도 북한시장의 진입을 꺼린다. 그런데 북한은 자력갱생을 고집하고 있다. 핵문제는 상당기간 국제적 고립을 야기할 것이며, 북한경제와 국제사회의 괴리(표준 격차)는 가속화될 것이다.
결국 북한경제는 현 수준에서 더 어려운 지경으로 몰릴 것이며, 이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곧바로 체제 전복 등의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국제사회와의 타협, 핵을 협상의 대상으로 들고 나오는 것, 한국에 손을 내미는 것 등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