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낮추려 도입한 4세대 실손, 손해율 급등에 '관리 시급'…車보험도 '아슬아슬'

김태규 기자 입력 : 2024.06.18 08:31 ㅣ 수정 : 2024.06.18 08:31

5개 대형 손보사 4세대 실손 손해율 134%…비급여 항목 증가 영향
'비급여 항목 관리' 도입 취지와 달리 손해율 악화하며 적자 기록
자동차보험 점유율 상위 4개사 손해율 79.7%로 적정 손해율 육박
"4세대 실손, 2027년 보험료 인상 예정돼 손해율 악화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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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사 수익 개선을 위해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손해보험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도수치료, 주사제 등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상위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4세대 실손 손해율은 134.0%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118.4%에 비해 15.6%포인트(p)나 악화된 수치다.

 

4세대 실손은 기존 상품에 비해 보험료를 대폭 인하한 대신 자기부담비율을 상향조정해 과잉진료 통제 수단을 갖춘 상품으로 평가돼 왔다. 가입자의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 부담이 배분되도록 보장체계를 개편한 것이다. 손보사들은 2021년 7월 4세대 실손 출시 이후인 2022년 한시적으로 보험료 50% 감면 혜택을 제공하며 앞 세대 상품 가입자들의 상품 전환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4세대 실손 손해율은 2021년 62.0%, 2022년 88.8%, 2023년 115.5%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손 상품의 경우 적정 손해율을 100%로 보고 있다. 100%가 넘어가면 그만큼 보험사가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4세대 실손의 손해율이 급등한 원인으로는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비급여 주사료 등 비급여 항목 증가가 지목된다. 비급여 의료의 경우 의료기관이 가격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고 진료 횟수 등을 과잉 책정할 수 있어 과잉의료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외 상품 세대별 손해율은 1세대가 123.5%로 전년 동기 124.9% 대비 1.4%p 하락했다. 2세대는 120.5%러 전년 동기 117.0%에 비해 3.5%p 올랐으며 3세대는 같은 기간 159.1%에서 155.5%로 3.6%p 개선됐다. 이전 세대 상품들의 손해율이 소폭 상승하거나 개선된 것에 비하면 4세대 상품의 손해율 악화는 폭이 상당히 크다.

 

실손과 함께 손보사의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기간 이동량이 감소하면서 안정적인 손해율을 보여왔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92.9%를 보였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85.7%, 2021년 81.5%, 2022년 81.2%로 꾸준히 개선되며 지난해 80.7%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손해율이 악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보험 시장 85.3%를 점유하고 있는 대형 4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의 올해 1~4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7%로 전년 같은 기간 76.9%에 비해 2.8%p 상승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80~82% 수준을 적정 손해율로 본다. 손해율이 80%에 육박하면서 적정 손해율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통상 여름철에는 장마와 태풍, 겨울철에는 혹한, 폭설 등의 영향에 사고율이 상승해 연말로 갈수록 손해율이 악화된다.

 

또 손보사들이 '상생금융' 참여를 위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점도 손해율 악화 전망에 힘을 싣는 요소다. 손보사들은 올해 2월 중순 책임개시 적용 계약부터 보험료를 인하했다. 개인용 자동차 기준 대형사 자동차보험료는 평균 2.6%, 중소형사 및 디지털손보사는 평균 1.3% 낮아졌다. 인하 효과가 모든 계약에 반영되려면 인하 시점부터 1년이 걸리는 만큼 손해율은 지속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과 공임비, 진료비 등 소비자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보사의 주요 상품인 실손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악화하면서 손보사들은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통상 여름철에는 침수 피해, 휴가철 이동량 증가 등으로 손해율이 상승해 하반기로 갈수록 손해율이 악화할 것"이라며 "정비업계에서는 공임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부품가격, 진료비 등 원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올해 초 손해율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폭우와 태풍에 대비해 차량 안전 관리 방법을 안내하고 차량 정비 서비스 등도 정기적으로 진행하며 손해율 방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보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4세대 실손 손해율 악화에 대해 "의료비 상승은 보험료 산정 시 반영되지 않는데 주사제 등 비급여 항목이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악화됐다"면서 "4세대 실손의 경우 보험료 인상이 2027년에 이뤄질 예정이고, 이용량에 따른 보험료 할증이 적용되는 구간도 적어서 손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손보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벌써 4.5세대, 5세대 출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비급여 항목은 통제가 어려운 영역"이라며 "금융당국은 물론 보건당국의 과잉진료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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