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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이 쏘아올린 ‘샤워실의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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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 기자
입력 : 2024.05.24 01:00 ㅣ 수정 : 2024.05.24 01:00

해외직구 놓고 정부의 우왕좌왕 행보 ‘빈축’
소비자 선택권 제한하는 '오버킬' 논란 피해야
가습기살균제 참사 교훈 삼아 소비자 보호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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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 부국장/산업1부장 

 

[뉴스투데이=김민구 부국장] '추운 겨울 아침에 샤워실에서 더운물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찬물이 나온다. 조금만 기다리면 더운물이 나오는데 이를 참지 못해 더운물이 나오도록 수도꼭지를 끝까지 튼다. 그러자 이번에는 너무 뜨거운 물이 쏟아져 손등을 덴다. 이에 놀라 수도꼭지를 찬물 쪽으로 끝까지 돌리니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머리 위로 뿜어져 나온다. 결국 샤워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거린다.' 

 

이처럼 찬물과 더운물을 오가며 헤매는 상황을 경제학에서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라고 부른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1968년 미국경제학회(the American Economic Association) 회장 취임 연설문에서 처음 사용한 샤워실의 바보는 '정부의 널뛰기 식 대응'을 힐난한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기다리며 미세조정을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즉흥적으로 조치해 이리저리 오가면 뜨거운 물에 데거나 아예 샤워하지 못하는 국면을 맞는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리드먼은 조금만 기다리면 '시장(market)'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더운물이 나오도록 해줄 텐데 정부가 개입해 정책을 자주 바꿔 오히려 경제를 망친다고 지적했다.

 

샤워실의 바보는 56년이 지난 지금 '메리 고 라운드(Merry-Go-Round:회전목마)'처럼 잊을만하면 등장한다.

 

최근 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를 둘러싼 해프닝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는 80개 품목의 해외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에 없던 일로 했다. 소비자들이 정부 정책에 거세게 반발한 데다 집권 여당까지 비판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해외직구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내놔 민심을 달래려 했지만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소비 국경이 사라진 작금의 현실과 동떨어진 '21세기판 쇄국주의' 정책을 펼친다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다.

 

현 정부의 샤워실의 바보는 이것만이 아니다. 

 

'R&D(연구개발) 카르텔'을 거론하며 연구비를 줄이려다 없었던 일이 되어버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할 과학계 연구 활동을 카르텔 공범으로 매도하면 과학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연구원 사기는 땅에 떨어진다.

 

또한 과학자들이 예산 압박에 못 이겨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장기·도전적 과제는 외면하고 단기성과에만 연연하는 결과를 낳는다. 

 

카르텔 논란이 국내 과학 성장동력을 훼손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니겠는가. 

 

비난이 일자 정부가 내년 R&D 예산을 역대 최대로 늘리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예산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적정한 지를 따지는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모두 없애겠다고 하니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취학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려 하다가 학부모 반발에 흐지부지됐고 연장 근로시간 한도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변경하는 방안을 발표한 후 비판하는 목소리에 취소하는 등 정부 정책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정부의 해외직구 조치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이른바 'C커머스(중국 e커머스)'의 해외직구가 급증하면서 이에 따른 국민 건강과 안전을 우려하는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판매하는 장신구에서 최근 발암 유발 가능 물질인 중금속(납·카드뮴)이 국내 안전 기준치를 훨씬 뛰어넘은 수준으로 검출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1994~2011년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이들의 폐에서 섬유화 증세가 일어나 1700명이 사망하고 5900여 명이 피해당한 초유의 참사만 봐도 소비자에 위협을 주는 제품을 막기 위한 정부 조치는 마땅히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충분한 설명 없이 해외직구 금지라는 철퇴를 가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오버킬(Overkill:과잉 대응)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폭증하는 해외직구 상품에 소비자들이 독성·유해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면 이에 따른 안전성 검증을 손 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직구 상품 반입을 막는 검증 절차와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얼마 전 치러진 4·10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잡기 위한 고민을 내비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정부는 '정책 샤워실의 바보'에서 벗어나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에 바탕을 둔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것만이 정부 정책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소비자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해법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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