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리 동결① 은행권] 미뤄지는 긴축 완화...불확실성 확대에 시장금리 자극 우려
물가 부담에 11차례 연속 동결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1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고금리 불확실성도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의 긴축 완화 지연으로 한국은행도 섣불리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고강도 긴축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맞물리면서 시장금리를 자극할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동결된 건 지난해 2·4·5·7·8·10·11월과 올 1·2·4월에 이어 이달까지 11번째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점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채권 보유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8%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2.9%를 기록했다. 올 2~3월 두 달 연속 3.1%에 머물다가 2%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2%)을 상회하는 수준이라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하는 건 이르다는 평가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완화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로 작용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에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오는 9월이나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제시한다.
이 같은 예상대로라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일러야 오는 10월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오는 7월과 8월, 10월, 11월에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 예정인데,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 지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높아진 물가 불확실성, 시장 예상을 상회한 1분기 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된 5월 한은 금통위에서 동결 결정과 함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드러낼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긴축 완화에 대한 보수적 태도가 나타날 경우 채권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시장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기준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채권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23일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91%까지 올랐고 지난 14일 기준으로도 3.83% 수준을 유지했다. 은행채 5년물은 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의 기준인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3.54%로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떨어졌다. 다만 코픽스는 은행에서 실제 취급한 정기예금과 은행채 금리가 반영되는 만큼 채권금리 상승이 은행 대출금리 상승으로 직결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에선 기준금리 뿐 아니라 가계대출 억제 같은 정부 정책도 대출금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문턱을 높이면 대출금리 상승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화되면 채권시장에서 기대감을 흡수해 금리가 내려가고, 연말에는 실제 은행채 금리 하락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빅컷(한 번에 0.5%포인트 인하) 수준의 조치가 아닌 이상 한 번에 큰 폭의 이자 절감을 기대하기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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