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프레시웨이, 11%대 호실적에도 대표 교체한 이유는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CJ그룹이 2월 정기인사에 이어 후속 인사를 단행했다.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인물을 수장으로 앉힌 것이다.
업계에선 CJ프레시웨이가 처한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다고 관망하고 있다. 이번 CJ의 발빠른 인사 교체를 놓고 업계는 위기 상황을 돌파할 비장의 카드를 내놨다는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CJ는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를 이건일 경영리더로 교체했다. 기존 정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직에서 물러나 안식년에 들어갔다.
1970년생인 이 대표는 식품과 식품 서비스 사업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CJ제일제당에서 근무를 시작해 CJ푸드빌 투썸 본부장과 CJ제일제당 미국 법인(CJ Foods USA) 대표, 식품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다.
업계는 CJ가 연중 돌연 계열사의 수장을 바꾼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통상 기업들은 정기 임원 인사를 전년도 10∼12월에 발표한다. 다만 CJ그룹은 올해 정기인사를 다소 늦은 2월에 진행하며 조직 문화 혁신에 고심을 거듭해 왔다. CJ그룹이 2월 정기 인사 이후 후속 인사를 단행한 사례는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J프레시웨이의 지난해 호실적을 고려하면 대표 교체가 의외라는 반응이 파다하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사업 수주를 잇달아 체결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조7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성장했는데 이는 2019년 이후 사상 첫 매출 3조원 돌파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99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는 CJ프레시웨이의 긴급 인사 배경에 대해 외식 경기 부진과 수익성 하락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 사업의 경우 외식 경기 부진으로 저가형 상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CJ프레시웨이의 빠른 대처가 미흡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병원 파업이 지속되면서 단체급식 시장에서도 성장률이 둔화되는 모양새다. DS투자증권은 CJ프레시웨이 1분기 실적을 매출액 7400억원(+6%, YoY), 영업이익 106억원(-16%, YoY)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올해 초 신년사에서 CJ그룹이 외부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점을 질책한 바 있다. 그는 "쿠팡과 넷플릭스 등 혁신적인 경쟁자가 빠르게 추격하는 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세계적으로 K푸드, K컬처가 확산하며 그룹에 좋은 기회가 왔는데 이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주요 경영 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극대화되다 보니 빠른 인사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어려운 외식 경기 극복을 위해 '혁신'이라는 칼을 빼 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건일 대표의 다음 행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갑작스런 인사로 CJ프레시웨이는 사업 전략을 새롭게 구상하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CJ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급하게 이뤄진 인사에 CJ프레시웨이의 구체적인 사업 전략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