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기효과 기대됐던 비트코인 9000만원 밑돌아, 4월에만 14% 급락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국내 시장에서 9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3월11일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하고 줄곧 9000만원과 1억원 사이에서 움직이던 비트코인이 50여일만에 9000만원을 밑돌고 있는 것이다.
1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4.69% 하락한 87만1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세를 중계하는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6만300달러로, 6만달러를 위협다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18일 6만달러를 밑돌았다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12일만에 다시한번 6만달러선을 테스트받고 있는 셈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3월14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였던 7만3780달러 대비 20% 이상 하락했고, 이달 들어서만 14% 가량 급락해 반감기 이후 불안한 투자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비트코인 상승세를 이끌었던 미국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ETF에서 5160만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4거래일 연속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비트코인 ETF 순유입을 주도해온 블랙록 비트코인 ETF에서는 별다른 자금유출입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4월 한달로 범위를 넓히면 1억8200만달러의 순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3월 한 달간 기록한 46억달러의 순유입과는 대조를 이룬다.
비트코인 ETF는 지난 1월11일 12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를 시작한 이후 120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였지만, 최근에는 자금유입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거나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하락의 또다른 변수로는 새로운 자금유입창구로 기대를 모았던 홍콩의 6개 ETF는 총 거래량이 1100만달러에 그쳐 시장의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점이다. 미국 비트코인 ETF의 경우 뉴욕증시 첫날 거래량이 6억5500만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홍콩 ETF의 첫 거래량은 매우 저조한 수준에 그쳤다.
홍콩 ETF 거래에 앞서 비트코인은 6만5000달러선까지 회복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거래량이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자 실망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강한 하방압력에 처한 비트코인의 가격 지지선을 두고는 논란이 분분하다. 글래스노드 공동설립자들은 30일(현지시간) 엑스(X) 포스팅을 통해 비트코인 50일 지수이동평균이 잠재적 지지선이며, 6만달러가 현재의 다지기 국면에서 강력한 바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6만달러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역사적으로 매수세가 몰렸던 5만2000달러 수준에서 추가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4월 하락 폭은 미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16% 폭락했던 2022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도 비트코인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그동안 수차례 최근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금리인하가 여의치 않음을 시사한 상황에서 향후 금리정책에 대한 매파적 발언이 나올 경우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하락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