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면'에도 여전히 돈 빌리기 어려워…2금융 대출 '문잠그기'
연체율 상승‧조달 부담에 2분기 카드사‧저축은행 대출태도 강화
지난해 말 카드업계 연체율 1.93%‧저축은행 6.55% 악화세 지속
중저신용 차주 축소‧고신용 차주 확대로 리스크‧건전성 관리 나서
"신용사면으로 대출 수요 늘었으나 연체율‧조달부담에 확대 어려워"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신용사면'을 단행하면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이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듯 했으나 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중‧저신용자의 대출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태도 지수는 마이너스인 경우 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상품을 보수적으로 취급한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의 올해 2분기 대출태도 지수는 –21로 전년 동기 –31에 비해 완화됐으나 직전분기 –21과는 같은 수준을 보였다. 신용카드사 역시 2분기 –6의 대출태도 지수를 보이면서 지난해 1분기 –14에 비해 다소 완화됐으나 1분기 6에 비해서는 마이너스 전환됐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중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는 대체로 강화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일부 비은행업권에서의 높은 연체율 등으로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 저하 우려 등이 여전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2일부터 이뤄진 금융당국의 '신용사면'은 2021년 9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2000만원 이하 소액 연체가 발생했으나 올해 5월 31일까지 연체 금액을 전액 상환한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기간 소액 연체가 발생했던 개인은 약 298만명(NICE평가정보 기준), 개인사업자는 약 31만명(한국평가데이터 기준)이다.
실제 여신업계는 대출 취급 규모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캐피탈 업계의 중금리 신용대출 규모는 8조790억원이다. 이는 전년 말 9조5060억원에 비해 1조4270억원(15%) 감소한 수치다. 중금리 대출 취급 건수 역시 85만6450건에서 75만2020건으로 10만4430건(12.2%) 줄었다.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대출 취급 규모를 축소해 왔다. 조달금리가 오르며 비용 부담이 커진데다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이다.
카드업계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1.93%에서 2분기 말 1.86%, 3분기 말 1.85%로 소폭 감소세를 보이다 4분기 말 1.93%로 다시 상승했다.
저축은행도 대출 규모를 줄이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중금리 대출 잔액은 7조3720억원으로 전년 11조4410억원에 비해 4조690억원(33.6%)이나 줄었다.
저축은행은 올해 들어서도 대출 취급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올해 2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102조3301억원으로 전월 대비 8870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대폭 줄인 것은 높은 기준금리가 유지되면서 조달비용이 높아진 가운데 연체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5.06%에서 2분기 말 5.33%, 3분기 말 6.15%, 4분기 말 6.55%로 악화가 지속됐다.
이에 더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부동산PF 대출 연체율도 치솟았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PF 연체율은 6.6%를 나타냈다.
중‧저신용자의 대출은 줄었지만 고신용자 차주 비중은 늘었다. 올해 3월 기준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신규 신용대출 차주 가운데 신용점수 800점대 이상 차주의 비중은 20.9%를 차지했다.
카드사의 경우도 지난달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 차주에게 0.30~2.45%의 조정금리를 제공한 반면 700점 이하 중저신용 차주에게는 0.23~1.09%의 조정금리를 제공하면서 고신용 차주 확보에 나섰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전망되고 있지만 인하 시작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인하 폭, 인하 횟수 등도 축소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대손비용 등 리스크 관리 비용이 증가해 대출 취급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PF 대출도 현재는 추가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 새로운 대출 영업을 거의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사면이 실시되면서 중‧저신용 차주의 대출 수요가 증가했으나 연체율이 악화된 것을 감안하면 대출을 늘리는 것은 부담"이라며 "리스크 관리와 자산건전성 강화를 위해 고신용자에 적용하는 조정금리를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달여건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대출 취급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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