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8.5% 인상’에 벌써 가시밭길...은행권 노사, 산별교섭 줄다리기 돌입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 노사가 내년도 적용할 임금 수준 및 근로 조건 등을 정하기 위해 마주앉는다. 올해는 예년 대비 크게 높아진 임금 인상률과 근로시간 단축, 국책은행 지방 이전 등의 안건이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회사 측 대표단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사협)는 오는 17일 ‘2024년 산별중앙교섭’ 1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별교섭은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가 협의를 통해 정한 임금, 근로 조건 등을 해당 산업 전체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은행권 노사는 2010년부터 산별교섭 방식을 도입해 진행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11일 금사협에 올해 산별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 이후 처음 진행되는 1차 교섭에서는 노사가 서로의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올해 교섭 일정 및 방향을 정하는 등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은행권 안팎에선 올해 산별교섭이 순탄치 않게 흘러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단 금융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률 8.5%를 금사협 측에서 받아들일지가 미지수다.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임금 인상 요구 규모가 예년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률 요구안 산정 방식에 대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2.1%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6%를 더한 뒤 2021~2023년 발생한 실질임금 저하 상황에 대한 3.6%를 추가로 얹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 간 금융노조의 임금 인상률 최초 요구안과 최종 합의 인상률은 △2021년 4.1%→2.4% △2022년 6.1%→3.0% △2023년 3.5%→2.0%로 집계됐다. 임금 인상률은 핵심 교섭 안건이지만 금융노조의 최초 요구안이 그대로 관철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은행들의 이자 장사 비판이 여전하고, 대표적 고연봉 직군인 은행원들의 높은 임금 인상 요구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융노조에 소속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직원 1인당 평균급여는 지난해 1억1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또 주 4.5일 근로제(주 36시간 근무) 도입을 골자로 하는 근로시간 단축 안건과 관련해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노조는 금융권이 과거 주 5일제를 주도한 만큼 주 4.5일제 도입에도 앞장서겠다는 구상인데, 회사 측인 금사협에서 난색을 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핵심 금융 정책인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도 산별교섭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각종 부작용 우려를 내세우며 지방 이전 저지에 나섰는데, 금융노가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올해 산별교섭 대표 지부에 산업은행지부가 포함됐다.
이와 함께 금융노조는 단체협약 개정 및 신설 안건으로 △고용 안정과 일자리 확대 △성장주의 탈피, 건강한 조직문화 형성 △차별 철폐 △안전권 및 정보보호 강화 △금융 산업의 사회적 책임·역할 강화 △산별 교섭체제 강화 등 7개 부문 25개 항목을 담았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직접적으로 와닿는 안건 위주로 구성을 했는데 무거운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교섭이라는 게 원하는 대로만 다 흘러가고 합의가 잘 된다면 좋겠지만 시대적으로나 배경들이 힘들게 이뤄지다 보니 (교섭을) 열심히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산별교섭에 임하는 노사 대표 변화도 주요 관심사다. 금산협 대표로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이 임기 중 첫 산별교섭 테이블에 앉는다. 조 회장은 2017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 회장이다.
금융노조는 박홍배 위원장이 이번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에 당선돼 22대 국회로 입성하게 된 만큼, 차기 위원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차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달 말 결정될 전망인데, 취임 후 본격적인 산별교섭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