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않은 일본물가①] 밀려드는 관광수요 속 외식비 숙박비 최대폭 올라
코로나19 이후 엔저 덕분에 밀려드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와 더불어 일본인들의 국내여행 수요가 크게 늘면서 숙박비와 외식비 등 줄줄이 상승, 수요는 크게 늘었는데 사람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숙박업계 객단가 올려
좀처럼 물가가 오르지 않기로 유명한 일본의 물가 오름폭이 심상치않다. 2월 전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2.8% 오르는 등 4개월만에 대폭 확대됐다. 연속으로 따지면 3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식비와 숙박비, 에너지비용 등에서 오름폭이 커서 일본인들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인플레 현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후쿠오카/히로시마=정승원기자] 8개월만에 다시 찾은 후쿠오카는 여전히 한국인관광객들로 붐볐다. 인천공항에서부터 길게 줄을 서더니 일본 입국장에서 빠져나가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일본인 입국심사줄과 별개로 구분된 외국인입국줄에는 대부분 한국인관광객들로 채워졌다. 과거보다는 입국심사가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1시간 정도는 족히 기다려야 짐을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8개월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물가였다. 그 중에서도 외식비와 숙박비가 올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엔저 덕분에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식당과 숙박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일손이 부족해 단가가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자가 묵었던 하카타역 인근 J호텔 관계자는 “엔저 때문인지, 과거보다 장기투숙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같은 현상은 일본까지 비행이 오래 걸리는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텔 로비에는 이들 국가에서 온 외국인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왔다는 벤 슈미트씨는 “2주 일정으로 일본을 돌아보기 위해 친구들과 왔다”면서 “후쿠오카, 오사카, 도쿄, 교토 등을 차례로 여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식비와 숙박비 인상은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지역별로는 도쿄, 오사카, 교토, 홋카이도 등에서 주요 객실단가가 2만668엔까지 치솟았다. 8개월 전에는 1만5000엔 정도면 얻을 수 있었던 호텔방도 지금은 2만엔 이상을 줘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 지역의 객실 평균 가동률은 75%로, 주만에는 방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 수요는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들도 크게 늘었다. 일본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2월 일본인 숙박자수는 3670만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관광객들 역시 크게 늘어 2월 방일 외국인은 278만8000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89%나 증가한 것이다.
호텔과 식당 등에서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일손은 크게 부족한데,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호텔 종업원의 인건비는 2년전과 비교해 대략 20~25% 상승했고, 청소비 인건비는 이보다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의 식당 입구에는 시급과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하카타역 근처의 한 이자카야 집 사장 야마모토씨는 “시급을 올려줘도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직은 엔저 효과가 더 커 보여서 음식값이 한국보다는 싼 것처럼 느껴지지만, 8개월전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식당들이 가격을 조금씩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비와 숙박비 상승은 일본인들의 일상생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국내 출장비로 1만엔 정도를 책정하고 있는데, 호텔숙박비가 2만엔을 웃돌면서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본인과 외국인관광객들의 물가를 따로 책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현실성이 거의 없는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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