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기자 입력 : 2024.04.09 13:43 ㅣ 수정 : 2024.04.09 13:43
시평 5위 GS건설·6위 DL이앤씨·7위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교체 PF 사태·부동산 시장 냉각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대표 교체라는 강수 통해 분위기 쇄신 나선 듯"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됐다. 고금리와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건설업황 전반에 걸친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사업과 위기 타계를 위한 어떠한 전략들이 발표될지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건설업계는 최악의 불황을 겪었다. 특히 시공능력 평가 16위에 해당하는 태영건설은 부실 PF로 인한 우발채무로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우발채무 규모는 약 3조6000억원에 달한다.
PF 사태는 태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건설사를 집어삼키고 있다. 지난달 삼성증권은 '부동산/건설 PF 시장 점검 리포트'를 통해 건설업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브릿지론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미분양 증가로 본PF의 노출도 건설사에게 리스크로 부각된다"고 했다.
이어 "올해 PF 구조조정으로 손실 인식이 본격화할 시기"라며 "PF익스포저가 높은 제2금융권과 하위 시공사의 체력 약화 등 후유증이 하반기로 갈수록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건설사들은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 중 대표이사 교체라는 강수를 둔 곳도 많다. 시평 10위 이내 기업 세 곳을 포함해 네 개 업체가 대표 교체를 단행했다.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 교체라는 강수를 통해 쇄신을 노리고 있다.
■ '순살자이' 오명 벗을까...허윤홍 체재 돌입한 GS건설
GS건설에게 2023년은 지우고 싶은 한 해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4월29일 인천 서구 원당동에 위치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밤늦은 시간 발생한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GS건설은 검단 아파트 사고에 따른 재시공과 입주자 보상금 등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순위에서도 지난해 초 3위에 올랐던 GS건설 '자이'는 지난달 20일 11위로 하락했다.
연이은 악재 속에 GS건설의 선택은 그룹 총수 일가 4세인 허윤홍 사장이었다. 지난달 29일 GS건설은 주주총회를 통해 허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 대표는 지난 2002년 GS칼텍스에 입사하며 후계자 수업의 첫 발을 뗐다.
허 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회사의 경영 방침으로 △기반사업 내실 강화 △사업 포트폴리오 명확화 및 전사 비전 재수립 △조직역량 강화 등을 제시했다. 허 대표는 "엄격한 품질 관리와 수행 역량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고,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신뢰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있는 GS건설은 허 대표 체제 하에서 재도약을 노린다.
■ DL이앤씨, 대표이사 포함 임원 10명 이상 '대규모 교체'
지난달 30일 DL이앤씨 마창민 대표이사가 자진 사임했다. 마 대표의 사임을 포함해 DL이앤씨는 10명 이상의 임원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약 50명의 임원을 보유한 DL이앤씨는 5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과 관계를 청산하며 전면적인 쇄신에 나섰다.
이같은 배경에는 지속적인 영업이익 하락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021년 연결기준 9572억원을 기록한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은 △2022년 4969억원 △2023년 3306억원으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여기에 지난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8건의 중대재해사고 또한 마 대표의 발목을 잡은 요인 중 하나다.
DL이앤씨는 지난 3일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신사업, 비주택 분야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DL이앤씨에 서 내정자가 적임자라는 평이다. 서 내정자는 LG전자 비즈니스 인큐베이션(BI) 센터장으로 활동 당시 전기차(EV) 충전, 헬스케어, 홈피트니스 등 신사업 과제를 발굴해내 시장에 안착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DL이앤씨는 내달 10일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서 내정자를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 내정자는 경영 전반에서의 풍부한 경력과 성공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DL이앤씨가 퀀텀 점프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연이어 수주 '대어' 낚은 포스코이앤씨...공격적 행보 대신 '안정'
지난해 부산지역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던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 사업권은 포스코이앤씨에게 돌아갔다. 시평 1위 삼성물산과 맞붙은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원 297명 중 57.5%에 해당하는 171명의 선택을 받아 41.7%의 지지를 얻은 삼성물산을 재치고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노량진 대장주로 불리는 노량진1구역 사업권도 노리고 있다.
지난달 22일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의 2차 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시공사 선정은 27일 총회 찬반투표로 이뤄진다. 분양 수입을 높이고 공사비와 금융비용 등 지출을 줄여 세대당 최소 3.5억원의 추가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파격적인 사업 조건을 내건 만큼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적인 행보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 2021년 440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포스코이앤씨는 △2022년 2086억원 △2023년 2010억원으로 이익이 꾸준히 감소했다.
포스코이앤씨는 그간의 공격적인 행보 대신 안정을 택했다.
지난달 25일 포스코이앤씨는 주주총회를 통해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상임 고문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전 대표는 가치경영센터장, 전략기획본부장, 최고재무책임자 등을 거치며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전략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건설경기 불황 속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던 포스코이앤씨 지만 계속되는 수익성 악화에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는 인물로 대표 교체를 단행했다.
국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대표이사 교체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문책성 사유가 가장 크지 않겠나"라며 "특히 지금과 같이 업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대표 교체라는 강수를 통해 분위기 쇄신 및 새로운 활로 모색을 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