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고용 온도차 '극명'…알리익스프레스 ‘인력확대’ vs 이마트·11번가 ‘희망퇴직’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최근 한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본격적인 인력 확보에 나섰다. 더 많은 인력 수용을 위해 상반기 사무실도 확장 이전할 예정이다. 구조조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국내 유통업계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의 모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3년간 한국 시장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한국 내 통합물류센터를 설립하고,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를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가품’ 이미지 근절에도 나선다.
먼저 통합물류센터 구축을 위해 2억달러(약 2632억원)를 투자한다. 올해 안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설립한다는 목표다. 이는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크기로, 통합물류센터가 가동되면 현재 평균 1주일가량 소요되는 배송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1억달러(약 1316억원)는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를 돕기 위해 사용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한국상품 전문관 ‘케이베뉴(K-Venue)’를 개설한 데 이어 우수한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소싱센터를 설립하고,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할 글로벌 판매 채널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알리 외에 동남아시아 지역 ‘라자다’나 스페인어권 ‘미라비아’ 등 알리바바 산하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에 한국 상품을 판매하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외에도 한국 브랜드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데 1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가품 논란을 잠재우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알리바바 측은 이번 투자를 통해 3년간 3000개의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알리는 최근 대규모 공개 채용을 통해 우수 인력 확보에 나섰다. 채용기간은 5월 13일까지로, 모집 분야는 △마케팅 △상품 기획자(MD) △대관 △홍보 △고객 서비스 등이다.
더 많은 인력을 수용하기 위해 사무실도 확장 이전한다. 그간 알리와 알리바바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저스트코 공유오피스와 회현동 스테이트타워 남산을 임시 사무실로 사용해 왔으나, 상반기 중 서울 삼성역 부근 파르나스 타워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2개층을 사무실로 사용할 예정으로, 총 규모는 826.44㎡(약 250평)이다. 인력 채용을 시작으로 알리의 한국 사업 확장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 유통업계는 실적 악화 속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력을 대폭 늘리고 있는 알리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지난달 25일부터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1993년 창립 이래 첫 전사 희망퇴직이다. 11번가도 지난달 20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소비 침체와 실적 악화, 점유율 하락 등으로 유통업계 전반에 인력 감축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내 유통업계 인력 일부가 알리로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알리는 지난 1월 티몬 출신 홍보팀장을 중심으로 홍보팀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또한 11번가 대외업무 담당자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대관라인 구축에도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알리가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소비자와 셀러 이탈에 대한 국내 유통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그 가운데 희망퇴직과 채용이 맞물리면서 국내 유통업계 인재마저 알리로 이직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