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대표, 한글과컴퓨터에 '글로벌 DNA' 심는다
[뉴스투데이=이도희 기자] 김연수 대표(사진)가 이끄는 한글과컴퓨터(한컴)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을 꿈꾸며 세계 무대 공략에 본격 나선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연수 한컴 대표는 싱가포르 법인 '한컴얼라이언스' 수장을 겸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한컴얼라이언스는 한컴과 협력업체들이 자체 기술과 영업력, 사업 기회를 공유하는 협력체다. 이를 통해 '집단지성'을 마련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기업 인수합병(M&A)과 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김 대표가 한컴을 진두지휘하고 있어 '글로벌 한컴'을 탄생시키기 위한 작업이 속도를 붙을 전망이다.
■ "영업익 36% 끌어올리는 데 성공"…김연수 대표 연임안 통과
한컴은 28일 경기도 판교에서 제34회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사외이사 선임 건 등 5개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날 한컴은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280억원과 영업이익률 3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 영업이익은 36.5% 증가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날 주총에서 김 대표를 재선임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그가 회사 영업이익을 36%대로 끌어올린 성과를 주주들이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화답해 김 대표는 올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칠 계획을 내비쳤다. 5년만에 첫 배당도 시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또 인공지능(AI) 사업을 구체화해 해외 무대에 진출하는 야심찬 청사진도 마련했다.
이를 위해 한컴은 웹오피스에 AI를 결합한 신제품 출시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컴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한컴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파트너사와 협력해 AI 사업 확장에 본격 나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준비된 SDK 사업…올해 AI와 클라우드 사업 비중 확대
한컴은 GPT스토어를 통해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GPT스토어를 활용해 어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을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는 얘기다.
GPT스토어들의 구성요소 핵심은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와 모듈이다.
SDK는 개발자 키트, 모듈은 소프트웨어를 작은 단위로 표준화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각각의 모듈을 구성해 핵심 기능을 가진 SDK로 제품을 만들어 GPT스토어에 선보이면 개별 사용자들이 SDK를 활용해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한컴 관계자는 "쉽게 설명하면 각 업체들이 갖고 있는 전체 소프트웨어들을 코스 요리라고 가정할 때 각 요리 재료를 세부적으로 계량하고 표준화한 것을 모듈화라고 부른다"며 "그리고 코스의 에피타이저, 전체요리, 메인요리, 디저트 등 각 부문 요리를 밀키트로 파는 것이 SDK"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피스 SW를 기능별로 모듈화한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활용해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얼마나 많고 활용도가 높은 SDK를 보유하는 지 여부가 GPT스토어 시대를 쥐략펴락하는 역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최근 모듈화에 관심이 많다"며 "이런 업체 가운데 단연 앞선 업체가 한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컴은 이미 한컴오피스 및 AI 대부분을 모듈화로 작업하는 것을 끝내 SDK로 구성했다"며 "이 SDK를 삼성SDS, KT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등 국내 협력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하는 등 업계의 주력업체"라고 강조했다.
■ 기업 인수합병 통해 SDK 인프라 고도화
한컴은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 초격차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컴은 클립소프트를 인수하고 42MARU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클립소프트는 전입신고나 주민등록등본 발급 같은 민원을 처리해 주는 업체 '민원24'에 관련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업체다.
42MARU는 SLLM(경량화거대언어모델)회사로 프라이빗 LLM(거대언어모델)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컴은 이러한 M&A를 통해 확보된 기술력을 SDK로 전환해 글로벌 진출에 활용될 계획이다.
한컴이 보유한 800억원대 현금을 통해 AI 및 전자 문서, 디지털 데이터 기술을 확보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사상 최대 유동성을 기반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해외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것"이라며 "한컴얼라이언스는 글로벌 투자와 기업 육성, 파트너 발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