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물류단상(物流斷想): ‘카카오택시 vs. 동백택시’를 보는 디지털 운송보국(運送保國)의 다짐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4.03.29 00:30 ㅣ 수정 : 2024.03.29 00:30
[기사요약] 10년전 출범한 카카오택시, 택시서비스의 개념 바꾼 편리함의 ‘끝판왕’ 하지만 알고리즘 조작 관련 과징금 부과, 분식회계 이슈 등 지탄의 대상 지난 3월 18일 운송사업연합회는 내부조직으로 ‘화물정보플랫폼추진단’ 정식 출범 추진단 구성 배경, 디지털전환시대의 미래 발전 위한 자구적 혁신 의지 고려사항 - 커뮤니티 전용 플랫폼 지향, 운송사업 회원사 위한 가맹정보망 관점, 시장생태계 협업 및 선순환 위한 플랫폼
[뉴스투데이=김승한 경기대 겸직교수,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단장] 10년 전인 2015년 카카오택시의 출범은 택시서비스의 개념을 바꾼 일대 혁신이었다. 바가지요금과 승차거부가 만연했던 당시, 카카오T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택시도착 예정시간을 확인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편리함의 ‘끝판왕’이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 카카오택시는 알고리즘 조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271억2천만원 과징금 부과, 가맹 택시 자회사 계약에 따른 분식회계 이슈 등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2021년 카카오 호출택시 시장 독점을 막겠다고 시작한 부산의 ‘동백택시’는 지역화폐인 동백전을 기반으로 지역택시의 93.5%가 가입할 정도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난해 말 콜 수가 반 토막 났다는 기사가 날 정도로 현재 상황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 화물운송시장을 둘러싼 정책변화와 디지털전환 시대의 대응
지난해 12월 18일 국토교통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이하 ‘운송사업연합회’)가 후원한 정책세미나가 트레이드타워 51층 회의실에서 진행되었고, 대회의실 좌석이 모자라 많은 청중이 서서 들을 정도로 업계의 관심을 끌었던 세미나 자리였었다.
‘디지털전환시대에 대응한 화물운송시장 고도화 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51만8천대의 화물차량과 23만4천 화물운송종사자가 있는 48조6천억원 시장규모에 걸맞지 않게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장의 현실을 되짚어보고, 디지털전환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할 방안이 논의되었다.
그 이후 3개월이 지난 3월 18일에 운송사업연합회는 내부조직으로 ‘화물정보플랫폼추진단’을 정식 출범하였고, 필자가 추진단장을 맡게 되었다.
여기서 잠시 화물운송과 관련된 전국 단위 협회 현황을 살펴보면, 4개 협회의 연합회(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전국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전국개별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가 존재한다.
이들 모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협회로서 이중 ‘운송사업연합회’는 1957년 9월 29일에 창립된 운송사업법인들을 회원으로 하는 가장 오래된 협회 조직이다.
‘운송사업연합회’는 조합원이 소유한 자동차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보장사업 수행을 위해 ‘전국화물자동차공제조합’을 설립(1981.7.1.)했으며, 회원과 업권 보호의 활동과 아울러 교통안전과 친환경정책 지원 같은 공익적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거의 70년 가까운 협회 활동에 여러 공적도 많지만 최근 부쩍 높아진 ‘직접운송’ 확대 같은 사회적 책임 및 불합리한 관행 개선 요구 등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법적/제도적/사회적 역할 역시 커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디지털전환시대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수동적인 대응이 아닌 업계 차원의 미래 발전을 위한 자구적 혁신 의지가 새롭게 추진단을 구성하게 된 근본 배경이라 할 수 있다.
• 운송사업연합회의 지향점 - 디지털 운송보국(運送保國)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카카오의 호출택시 독점을 막기 위한 동백택시의 콜 수 추이를 보면 부산시 월별 집계 기준 출범 직후인 2021년 12월 12만3483건이던 콜 수는 캐시백 비율이 10%로 유지된 2022년 7월(49만4023건)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캐시백 비율이 5%로 깎인 영향으로 2023년 6월엔 15만8912건 수준으로 감소 되었다고 한다.
지역 화폐 캐시백 할인율 변화가 주요 원인이었지만, 카카오 대비 배차·승차 지점 안내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 역시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즉, 공익적 명분도 중요하나 서비스품질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지 못하는 플랫폼은 영속성(sustainability)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운송사업연합회가 지향하는 화물정보플랫폼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 크게 다음의 3가지 측면을 고려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 협회회원과 회원사 차주가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시간에 언제나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 전용 플랫폼을 지향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플랫폼 필요성에 공감하고, 기꺼이 편리하게 참여가능한 디지털 공간을 마련코자 한다.
현재 전국 18개 시도협회의 디지털화를 위한 ERP구축이 점진적으로 진행 중이고, 협회별 ERP와 회원/차주를 연계함으로써 입/퇴사자신고, 화물운송자격증명, 대폐차업무 등 기존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행정업무처리를 온라인화하여 편이성, 실시간성을 제고하고, 그간 이슈화되었던 정보위조 및 누락에 따른 불법/위법적 처리가능성을 원천적으로 근절하고자 한다.
둘째는 운송사업 회원사를 위한 가맹정보망 관점에서 고려할 사항이다.
참고로 2023년 대기업들(카카오T, CJ대한통운, T맵, KT, LG U+ 등)의 진출로 세간의 이목을 끈 일명 콜센터망은 주로 주선사 물량 처리를 위한 플랫폼으로 다단계운송이 금지되어있는 운송사업자들의 니즈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구조이다.
또한, 운영 재원의 성격도 중요하다. 예로 카카오T의 경우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의 ‘화물마당’ 정보망을 49% 인수했는데 과거 카카오택시 경우처럼 궁극적으로 민간기업의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기존의 한국통합물류협회 소속 대기업 회원사들이 독자 운영하는 가맹정보망과도 달라야 한다. 정보망에 가입한 다수 운송업체 간의 가격비딩을 전제로 망운영사의 이윤확대를 추구하는 개별 가맹정보망과는 달리 운송사업연합회가 지향하는 ‘가맹정보망’은 공익성을 우선한 설계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생태계의 협업 및 선순환을 위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 연합회/협회, 회원사, 차주 및 타 화물정보사업자 모두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운송사업과 관련한 전국 정보 포털로서 역할을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자체 재원을 통한 현장 고객니즈를 반영한 지속적인 R&D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 포털을 통해 전산관리되는 각종 화물운송시장 관련 데이터들은 국토부, 교통안전공단, 환경부 같은 관계기관 시스템과 연계됨으로써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수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막 시작된 운송사업연합회의 추진단이 미래의 디지털 운송보국(運送保國) 달성에 씨앗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