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는 중소기업...‘대출 비중 90%’ 지방은행, 건전성 어쩌나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3.27 08:18 ㅣ 수정 : 2024.03.27 08:18

5대 지방은행 기업대출 중 중기 비중 90% 육박
경기 둔화에 업황 악화...상환 능력 약화 불가피
부실채권·연체율 상승에 건전성 지표 악화 뚜렷
대손충당금으로 부실 방파제 쌓아 순이익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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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사]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기 둔화에 중소기업 업황이 악화되자 은행권 자산 건전성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기업대출 잔액 중 중소기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방은행의 건전성 지표 악화는 이미 시작됐다. 여기에 손실흡수 비용 증가에 따른 이익 감소까지 겹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BNK부산·BNK경남·DGB대구·전북·광주 등 5대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잔액 합계는 121조3122억원인데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110조2861억원으로 90.9%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말(106조349억원) 대비 4.0% 늘어난 규모다. 

 

은행별로는 광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 13조6095억원 중 중소기업 대출이 12조8333억원(94.3%)으로 집계됐다. 전북은행도 기업대출 잔액 9조5687억원 중 8조9804억원(93.8%)이 중소기업 대출로 채워졌다. 경남은행(92.8%)과 부산은행(91.8%), 대구은행(86.2%)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방은행은 ‘지역 자금 공급’ 역할에 맞춰 적극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려왔다. 특히 지역에 포진한 중소기업들은 지방은행의 핵심 고객으로 꼽힌다. 지역 밀착 영업으로 고객과 수익성을 높이는 게 지방은행들의 주요 경영 전략 중 하나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지역 경기 둔화로 악화된 중소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지방은행 자산 건전성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거점 지역 소재 중소기업들의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게 각종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는 흐름이다.

 

5대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비율 평균은 0.65%로 전년 말(0.43%) 대비 0.22%포인트(p) 상승했다. 3개월 이상 연체돼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NPL이 전체 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내내 우상향 했다는 의미다.

 

기업대출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2022년 말과 2023년 말 연체율 추이를 보면 전북은행은 0.42%에서 0.69%로, 광주은행은 0.26%에서 0.46%로 각각 상승했다. 대구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 부문 연체율이 2022년 말 0.58%에서 0.77%로 치솟았다. 

 

경기 둔화에 더해 시장금리가 크게 오른 것도 지방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 속도를 키우고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이 올 1월 신규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연 5.28%로 나타났다. 2022년 10월(연 5.49%)부터 1년 3개월 동안 연 5%대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건전성 악화는 은행권 전체 이슈지만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동향에 특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수에서 사업하는 회사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며 “기업들과의 오랜 금융 거래 기간을 유지하면서 업종별 경영 현황과 애로 같은 걸 직접 듣고, 여신 운용 방향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경영 환경이 개선될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1~2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은 288건으로 전년동기(205건) 대비 83건(40.5%) 늘었다. 파산을 신청한 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대기업 대출 확대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역 중심 영업을 펼쳐온 지방은행들이 수도권에 밀집한 대기업과의 접점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이미 시중은행과 거래 중인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선 금리 우대 등 공격적 영업이 전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지방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부실 방파제’를 쌓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지방은행의 누적 충당금 전입액은 1조2949억원으로 전년(7294억원) 대비 5655억원(77.5%) 증가했다. 회계상 비용으로 잡히는 충당금이 늘면서 이들 은행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2022년 말 1조1867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611억원으로 1256억원(10.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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