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도 주총 슈퍼위크…주주환원 행보에 쏠린 눈
이번주 줄줄이 주총 개최…'배당·소각' 이슈 부각
CEO 교체 안건, SK증권·삼성증권 사외이사 관심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증권업계가 이번주 줄줄이 정기 주주총회(주총) 기간에 돌입한다. 주주환원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최고경영자(CEO)·사외이사 선임 등을 통해서 경영 방향성과의 연계도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올해 실적 개선과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전문성 있는 CEO들로 대다수 교체됐다는 분석이 나오며 관심이 쏠린다.
■ 이번주 줄줄이 주총 개최, 배당·소각 이슈 부각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주총을 여는 곳은 △SK증권(25일) △미래에셋·유진투자·교보·흥국증권·DB금융투자(26일) △NH투자·카카오페이증권(27일) △키움·하이투자증권(28일) △유안타·이베스트투자증권(29일) 등 12곳이다.
지난주에는 다올투자증권(15일)을 시작으로 한화투자증권(20일), 대신·한양·현대차·삼성증권(21일)이 주총을 마쳤다.
3월 주총의 화두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주환원이다.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전망에서다.
국내 상장된 증권사 20곳 중 현물 배당을 전년보다 확대하거나 시가배당률 5% 이상의 고배당을 실시한 증권사는 10곳(NH투자·삼성·대신·교보·유안타·부국·DB·한양·유화·이베스트투자증권)이다.
특히 삼성증권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지배주주순손실 72억을 기록했음에도 지난해 보다 약 30% 증가한 주당 2200원의 배당을 책정했다.
NH투자증권은 보통주 800원과 우선주 850원의 현금배당을 정했다. 이 기준 배당금 총액은 약 2808억원으로, 전년(2458억원)보다 약 14% 늘어났다.
배당폭 기준으로는 유안타증권이 올해 376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전년 대비 61.9% 증가한 수치다. 다올투자증권도 지난해 114억원의 순손실에도 불구하고 119억원의 배당을 책정하면서 전년 대비 41.4% 늘렸다.
올해 주주환원 기조와 반대로 무배당을 유지하거나 배당금을 오히려 축소한 증권사들도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5월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경우, 증권사들의 주주환원 방향성에도 더 뚜렷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이 더 확실한 주주환원으로 인식된다. 이런 측면으로 볼 때,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사보다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자기자본 감소에 민감해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그렇다 보니, 시장 관심은 주총 이후 증권사들의 행보다. 그간 자본 감소 우려로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던 증권사들이, 배당 확대 외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을지가 중요해졌다.
올해 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내 상장 증권사 중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3곳이다. 증권은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만큼,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는 곳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5월 중에 밸류업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증권사들의 주주환원도 지금보다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배당 외에도 자사주 소각이 전면으로 부각되면 그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CEO 교체 안건…SK증권·삼성증권 사외이사 관심
국내 증권사들이 이번 주총에서 새로운 CEO를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해 눈길을 끈다. 특히 올해 증권사 주총에선 CEO 선임 안건이 유독 많은 해로 꼽히며 쇄신을 예고했다.
먼저 NH투자증권은 오는 27일 주총에서 정영채 사장이 4연임 도전보다는 용퇴를 결정하면서 윤병운 IB사업부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SK증권은 김신·전우종 각자 대표 체제를 전우종·정준호(현 리스크관리본부장)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주총에서 지난해 최현만 회장 퇴임 이후 대표이사로 선임한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 중 김미섭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지난해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미섭 대표는 1년 임기가 지나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대상이다.
그 밖에 증권사들의 CEO 임기가 만료되면서 새 얼굴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홍원식 사장의 뒤를 이어 성무용 전 대구은행 부행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키움증권은 황현순 사장 후임으로 엄주성 신임 대표가, 삼성증권은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을 지낸 박종문 사장을, KB증권은 김성현‧박정림 투톱 체제에서 김성현‧이홍구 각자대표 체제로 바뀐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11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뤄즈펑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 수석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유안타증권은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뤄즈펑 대표를 최종 선임한다.
메리츠증권은 14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기로 해, 리스크관리 전문가인 장원재 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CEO 연임 안건을 의결하는 곳은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 등이 올해 주총을 통해 연임됐거나 연임 확정될 예정이다.
아울러 사외이사의 최대 관심사는 SK증권이다. SK증권은 전일 주총에서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을 사외이사로 최종 선임(임기 3년)했다.
박 전 사장은 KB국민은행에서 부행장을 거쳐 2017년 KB증권에 합류했다. 그는 2019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르며 국내 증권업계 첫 여성 CEO가 됐으나, 지난해 말 라임 펀드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으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사임했다.
삼성증권은 박원주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사외이사 후보자로 등록했다. 박 전 경제수석은 제26대 특허청장,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등을 지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정기 주총에서 CEO 교체 안건이 유독 많은 해인 것 같다”며 “그만큼 올해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강화가 주된 전략으로 삼아 쇄신을 꾀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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