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복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상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노조)는 올해 1월 2024년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교섭을 앞두고 노조가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금인상률 적정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6∼10%’라는 응답이 64.5%로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노조는 1차 교섭에서 기본인상률(베이스업) 8.1%를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기본인상률 2.5%(성과인상률 별도)를 제시해 난항이 예상됐다.
간극을 확인한 양측은 한발 물러서는 취지로 사측은 기본인상률을 기존 2.5%에서 3%로 올리고 △장기근속휴가 확대 △창립기념일 20만 포인트 지원 △난임 휴가 일수 확대 △임신 중 단축근무 기간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에 맞서 노조는 기본인상률 요구안을 기존 8.1%에서 6.5%로 낮추고 △성과급 제도 개선 △재충전 휴가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18일 열린 최종 협의에서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노조는 이날 오후부터 4월 5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쟁의행위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조는 2022년과 2023년에도 임금 협상이 결렬되자 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파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사측에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조 가입자수는 지난해 12월 말 처음 1만명을 돌파한 후 올해 3월 창립 5년 만에 2만명을 넘어섰다.
가입자수는 계속 늘어 올해 3월 15일 기준으로 2만966명에 이른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12만명)의 약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노조 가입자 증가에는 성과급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고전 중인 DS(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옛 PS) 지급률은 연봉의 0%다.
DS 부문의 목표달성장려금(TAI, 옛 PI) 지급률도 지난해 하반기 기준 평균 월 기본급의 12.5%로 지난해 상반기(25%)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게다가 DS부분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시스템LSI(고집적회로) 사업부는 0%로 책정됐다.
얇아진 성과급 봉투에 대한 임직원 불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측도 이럴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DS사업부 매출은 66조5900억원으로 2022년(98조4600억원) 대비 32조원 가량 줄었다.
지난해 DS사업은 14조88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밑바닥을 찍었다.
게다가 DS부문은 2014년 이후 거의 매년 초 OPI 최대 지급률 50%를 받아왔다. 즉, 업황이 좋을 때에는 회사에서 그만큼 직원에게 돌려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사측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가 위기돌파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힘을 모아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1분기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여 노사가 경쟁력 회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하는 중대 시점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하루빨리 원만한 합의에 도달에 ‘1969년 창사 이래 파업’이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