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의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3.19 14:39 ㅣ 수정 : 2024.03.19 14:39

전쟁의 승패와 국가의 선택으로 세계 패권이 이동해온 과정을 24가지 결정적 사건들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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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오른쪽)과 최근 펴낸 저서인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표지. [사진=한국국방기술학회] 

 

[뉴스투데이=김한경 기자]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는 서울대학교에서 유럽 과학사와 미국 과학기술사를 전공해 석·박사 학위를 받고 국회와 방위사업청을 거쳐 대학 및 학회 등에서 오랫동안 국방과학기술을 연구해온 저자가 ‘국방일보’에 1년 6개월 동안 ‘과학의 역사에서 만나는 전쟁 이야기’란 주제로 연재했던 글들을 발췌, 보강해 출간한 책이다. 

 

저자인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은 국회와 방위사업청에서 국방 정책 입법과 행정업무를 담당했고, 광운대·동양대·KAIST를 비롯한 여러 대학교에서 국방과학기술 정책을 중심으로 강의와 연구경력을 쌓았으며, 현재는 우석대와 명지대 객원교수이자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으로 국방과학기술에 특화된 다양한 연구와 강의, 세미나, 집필 등 역동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국방 AI 분야 연구에 독보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이 개입하기 시작한 근대 전쟁에서 출발해 과학으로 인해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를 거듭했는지, 또한 전쟁의 승패와 국가의 선택으로 세계 패권이 이동해온 과정을 24가지 결정적 사건들을 통해 소개한다. 미국 독립 전쟁부터 프랑스 혁명, 1·2차 세계대전을 거쳐 걸프전까지, 화약 개량부터 원자폭탄, ICBM과 비교적 최근의 현대 무기체계 방향까지 전쟁사와 그 뒤에 있던 과학의 발전사를 함께 읽어 낼 수 있다.

 

화약 개량을 위해 화약국장으로 임명된 화학자 라부아지에를 시작으로,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한 비료 원료를 개발해 놓고 독가스에 활용한 화학자 하버,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기관총을 발명한 의사 개틀링, 원자를 쪼갤 수 있다는 과학적 발견을 원자폭탄으로 완성한 물리학자 오펜하이머, 원자핵을 융합해 원자폭탄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수소폭탄을 개발한 물리학자 텔러 등 전쟁의 고비마다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 낸 과학과 기술의 얘기가 흥미롭다.

 

GE를 설립한 에디슨과 AT&T를 만든 벨 등 익숙한 발명가들이나 듀폰, 포드 등 낯익은 회사들의 이름이 나오면 반갑고, 적대국과 경쟁을 유발해 양쪽에 무기를 팔아 수익을 챙긴 로비스트 자하로프와 원자폭탄 기술을 한 나라가 독점하는 것을 우려해 스파이가 된 푹스 등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풍부한 사진 자료들이 사건들을 더욱 실감 나게 보여준다. 또 이해를 돕기 위해 책 속 주요 사건들은 뒷부분에 연표로 정리해 실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전쟁은 없다”면서 “전쟁의 승패는 세계 패권을 뒤바꿨고 그 배후에는 언제나 과학과 기술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과학 기술을 중시하는 프랑스 군대의 전통이 공학이란 분야를 개척했고,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얻은 나라들은 공학 분야의 엘리트 육성을 국가가 지원했다”며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사례를 들기도 했다.

 

저자는 1세대 방산기업의 출현 이후 “군이 새로운 무기체계의 성능을 방산기업에 요구하고 국가 재정을 투입해 계획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면서 현대적 의미의 무기산업화와 군산복합체 원형이 출현한 사례도 언급했다. 또한, 군과 정부가 MIT, 칼텍 등 대학의 연구소를 지원하며 과학 기술의 안정적인 후원자 역할을 꾸준히 해온 미국의 국방과학기술 발전 사례도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 24장에서 미국의 1·2·3차 상쇄전략을 소개하고,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혁신기술의 특성과 발전 양상을 고려할 때 미국도 민간의 역량과 기술이 무기와 전장에 융합될 수 있도록 무기체계 획득제도와 정책 혁신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지금까지와 다른 혁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이 현대 과학 기술을 조금 더 이해하고 군대와 전쟁의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되돌아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국가안보의 핵심인 국방과학기술과 무기체계 발전에 대해 알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며, 저자가 국방과학기술 전문가들과 공동 집필한 ‘과학기술, 미래 국방과 만나다’와 ‘반도체 인사이트 센서 전쟁’도 함께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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