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정규직보다 여유 있는 비정규직이 더 좋아요" 2030 인식변화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취업할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보통은 정규직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일본에서는 이례적으로 자발적인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후생노동성의 2023년 조사로 인해 밝혀졌는데 25세에서 34세 인구 중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인원은 총 237만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64만 명 감소했다. 그리고 이 중 정규직을 못 구해서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이 된 인원은 30만 명으로 10년 전의 84만 명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반대로 31.9%에 해당하는 75만 여명은 자신의 사정에 맞춰 일할 수 있어 비정규직을 선택했다고 답해 10년 전에 비해 10.6포인트 증가하며 비중을 키웠는데 이에 대해 도쿄대학 대학원의 야마구치 신타로(山口 慎太郎) 교수는 개인시간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 늘었고 일에 대한 가치관 자체가 바뀐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25~34세가 아닌 전 세대로 확대해 봐도 정규직이 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이 된 인원은 2023년 기준 196만 명으로 2013년 341만 명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2009년 금융위기와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고용이 다시 회복되면서 2014년부터 실업률은 4%를 밑돌았고 구직자 한 명에 대한 일자리 개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도 1배를 넘기면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접어든 것이 비정규직이 줄어든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같은 시기 후생노동성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기업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 등을 펼쳤고 그 결과 2013년부터 2022년 사이에만 약 78만 명 이상이 정규직으로 거듭났다.
다만 비정규직의 절대적인 숫자는 은퇴한 고령층의 재고용이 활발해지면서 2023년 기준 2124만 명을 기록해 2013년에 비해 오히려 218만 명 늘어났다. 하지만 65세 이상의 고령이더라도 단순노동이 아닌 전문직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인원은 2013년 대비 배 이상 늘어난 52만 명에 달했다.
앞으로 남은 일본의 과제는 여성들의 정규직 비율을 끌어올리는 것인데 실제로 일본 남성은 20% 가량이 비정규직인데 반해 여성은 5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여성의 정규직 고용률은 30대부터 L자 모양으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결혼과 출산 등으로 가정과 일의 양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 크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시간당 급여는 정규직의 70% 수준에 머무는 탓에 매달 납부하는 연금액도 적을 수밖에 없어 결국 노후에는 부족한 연금수급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더욱 철저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