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새 수장' 조대규, 수익성 제고·FI 설득 과제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지난해 당기순이익 규모에서 가까스로 생명보험업계 '빅3' 자리를 지킨 교보생명의 수장이 교체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달 5일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경영기획실장 겸 인력지원실장을 맡고 있는 조대규 부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추천했다. 조 후보자는 이달 22일 정기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조 후보자가 최종 선임되면 교보생명은 신창재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과 조 신임 대표의 2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신 의장은 장기 전략과 기획, 자산운용을 담당하고 조 후보자는 보험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조 후보자는 1989년 교보생명에 입사해 FP본부장, 계성원장(연수원장), 영업교육팀장, 전략기획담당 등을 거쳐 2019년부터 경영기획실장 겸 인력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영업과 전략기획, 인사 업무를 두루 섭렵한 '정통 교보맨'으로 평가된다.
조 후보자는 대표에 오르게 되면서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별도기준 48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3952억원에 비해 23.8% 증가한 규모다.
수치상으로 보면 교보생명의 실적은 준수하다. 문제는 순익 규모에서 한화생명(6163억원을) 과의 순위가 역전되고 4위인 신한라이프(4891억원)와는 좁혀졌다는 것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다른 생보사들의 순익이 크게 증가한 반면 교보생명의 실적은 큰 오름세를 보이지 않았다. 교보생명의 순익이 타사에 비해 성장하지 못한 배경으로는 저축성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꼽힌다.
IFRS17 하에서 저축성보험은 수익성을 높이는데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다. 만기 시점에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부채로 인식한다. IFRS17 도입 이후 중요한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불리한 것이다. 생보사들은 IFRS17 도입이 논의되던 2017년부터 저축성보험 비중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
하지만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비중은 여전히 큰 규모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3분기까지 보험료 수입 8조211억원 중 저축성보험은 52.5%(4조2111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화생명 31.3%, 신한라이프 14.8%와 비교하면 차이가 큰 상황이다.
이에 조 후보자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는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수익성 제고가 꼽힌다. 교보생명은 올해 1월 '교보통큰암보험'을 내놓은 이후 '교보뇌‧심장보험(무배당)을 출시하는 등 보장성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보장성 상품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지주사 전환 역시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2월 지주사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과의 조율이 시급하다.
지주사 전환의 첫 순서인 인적분할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신 회장의 지분 33.78%와 특수관계자 지분 5.12%, 우호세력(코세어캐피탈) 지분 9.79%를 모두 합해도 절반이 되지 않는다. 어피니티 등 FI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어피니티는 신 회장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다. 조 부사장은 경영기획실장을 지내면서 FI와의 협상을 진행해 온 만큼 향후 FI 설득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교보생명은 수익 제고를 위해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보장성보험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축성보험 비중이 큰 것은 단기적으로 판매했던 상품이 산입된 효과"라며 "IFRS17 도입 이후 CSM 확보가 중요해진 만큼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암, 뇌‧심장 등 보장성 상품을 강화해 수익 제고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FI 설득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도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FI 설득을 통해 지주사 전환이 이뤄진다면 지속적으로 추진 의지를 보여 온 IPO도 순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 FI와의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 IPO 계획은 없고 지주사 전환을 우선적으로 추진 중이며, 지주사 전환 이후 IPO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