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넥슨의 '희망고문' 그리고 '밀당'
[뉴스투데이=이도희 기자] "넥슨코리아(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유료 확률형 아이템 블랙 큐브 '보보보' 뽑기 확률 0%…"
유료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사건으로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116억원이라는 최대 규모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넥슨의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얘기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회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게임 이용자가 투입한 가치보다 더 높거나 낮은 가치의 게임 아이템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가 원하는 게임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구입하는 특성이 있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넥슨이 인기 옵션에 낮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특정 중복 옵션 조합이 아예 출현하지 않게 설정하고도 이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공정위의 지적은 일정 부분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2013년 7월 신규 확률형 아이템 '블랙 큐브'를 선보일 당시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했으나 이후 조금씩 낮추면서 1.4%까지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넥슨은 2016년 1월 등급 상승 확률을 1%로 낮추고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넥슨이 소비자 기만에 정점을 찍은 것은 보스를 상대로 공격력을 올리는 아이템이 3개 연속 나오는 '보보보'다.
한 소비자는 "블랙 큐브는 한 번에 3개 옵션이 나오지만 보보보는 세 번 중복으로 나오지 않게 조작해 이용자를 기만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확률을 1%도 아닌 0%로 설정한 것은 '희망고문' 아니냐"며 분개했다.
한국소비자원(소비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소비자원 홈페이지에서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 조작 피해자를 대상으로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받은 결과 5826명이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분쟁조정은 동일 유형 피해자 수가 50명 이상일 때 가능한데 이 사건은 신청 기준의 100배 이상의 사람이 모인 것이다.
이처럼 이용자들이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넥슨은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넥슨이 현재 상황에서 보여줘야 할 모습은 소비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소비자들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신뢰 구축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넥슨이 여러 차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사과는커녕 공정위와 기싸움을 보이려는 모습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게임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제로 인해 중소 게임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게 다 넥슨 때문'이라는 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넥슨이 그동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모습을 이용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넥슨은 이용자들과 밀당을 할 게 아니라 이용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행보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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