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LG전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XR'·'AI' 동맹 맺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10년만에 한국 방문
삼성·LG전자 경영진과 잇따라 만나 XR과 AI 분야 협력 구축
LG전자, 저커버그와 MR 헤드셋 등 첨단 XR 기기 공동개발 추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저커버그와 승지원 만찬 회동...AI반도체 협력 논의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근 글로벌 테크 기업이 AI(인공지능) 협력업체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가를 순방하고 있다.
글로벌 AI 경쟁력 종합 6위인 한국은 AI 파트너로 매력적인 기업이 다수 포진돼 있어 순방 후보 상위 국가에 속한다.
이를 보여주듯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CEO(최고경영자)도 지난달 26일 AI 반도체 파트너를 찾기 위해 한국에 19시간 이상 머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 팹리스(Fabless·설계) 스타트업들과 소통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오후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Meta·페이스북 모회사)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2014년 이후 10년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방한한 저커버그가 한국에서 어떤 수확을 거둬 갈 지에 관심을 모았다.
이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확장현실(XR) 헤드셋 시장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는 글로벌 1위 기업이라는 점과 AI 미래 표준이 될 '범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개발을 선언한 점 등을 감안해 저커버그가 이번 방문으로 국내 기업과 XR과 AI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쳐졌다.
예상했던 대로 저커버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LG전자 경영진과 잇따라 만나 XR과 AI 분야에서 전략적 협업을 논의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커버그의 방한 첫 공식 행보는 LG전자였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해 조주완 LG전자 대표를 비롯해 박형세 HE(TV사업) 사업본부장, 권봉석 ㈜LG COO(최고운영책임자)와 만났다.
메타와 LG전자는 지난해 2025년 공개를 목표로 MR(혼합현실) 헤드셋 개발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M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장점만 갖춘 헤드셋으로 최근 AI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첨단 기술이다.
LG전자는 비밀유지계약(NDA)이라는 점을 들어 구체적인 협업 파트너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업계에서 양사가 하드웨어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이르기까지 MR 헤드셋 개발을 놓고 협업 중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번 방한 회동에서 양사간 차세대 XR 기기 개발과 관련된 사업 전략 등 구체적 사안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조주완 대표는 메타의 MR 헤드셋 ‘퀘스트3’와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메타’를 직접 착용하는 등 메타가 확보한 다양한 첨단기술을 직접 챙겨 눈길을 끌었다.
특히 LG전자는 XR 사업에서 디바이스를 비롯해 플랫폼과 콘텐츠 역량까지 균형있는 전략을 추구하는 점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메타와의 협업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LG전자가 TV 사업을 통해 축적한 콘텐츠와 서비스, 플랫폼 역량에 메타 플랫폼과 생태계가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면 XR 신사업에서 차별화된 통합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LG전자는 전망한다.
또한 LG전자는 메타의 다양한 핵심 기술을 LG전자 제품 및 품질 역량에 결합하면 차세대 XR 기기 개발에도 긍정적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 대표는 메타의 XR 기술뿐만 아니라 LLM(거대언어모델) 기반 AI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는 LG전자가 온디바이스(On-Device) AI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온디바이스 AI는 경량화한 LLM을 스마트폰·컴퓨터 등 개인 단말기에 직접 설치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는 AI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2024년형 노트북 ‘LG그램’에 차세대 AI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등 AI 노트북 시장을 이끌기 위한 온디바이스 AI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조 대표는 저커버그와 온디바이스 AI 관점에서 양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놓고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는 이날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약 10년만에 회동했다.
저커버그는 2014년 10월 방한해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찬 회동을 갖고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화성 캠퍼스를 잇달아 방문한 바 있다.
다시 한국을 방문한 저커버그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이재용 회장과 만찬을 함께 했다. 이날 만찬에는 이재용 회장과 저커버그,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이 함께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눴다.
만찬이 세 사람만 참석한 비공개 회동이라는 점 때문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메타가 추진하는 자체 AI 칩 개발 등 AI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협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AI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AGI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며 대규모 인프라 구축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메타로서는 AI 반도체를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AI 반도체 시장은 사실상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다.
이에 맞서 AMD와 여러 스타트업에서 고성능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시장점유율은 80% 이상이다. 사실상 엔디비아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저커버그도 최근 미국 IT(정보기술) 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AGI 연구를 위한 엔비디아 H100(최신 GPU) 35만개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생산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저커버그는 이재용 회장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왕좌’ 삼성전자와 AI 반도체 동맹을 모색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근 AGI 전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에 ‘AGI 컴퓨팅 랩’이라는 조직을 새롭게 만들어 AI 반도체 기술 고도화에 힘쓰고 있어 저커버그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최상의 협력업체인 셈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XR동맹과 AI 협력 논의가 실질적으로 오가고 있으니 추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체적인 협력 내용 등을 내놓을 수 있을 것”며 “삼성전자와 LG전자 외에 저커버그와 만난 국내 스타트업도 협업 가능성을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AI 생태계 협력 국가로 한국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올트먼, 저커버그 이후 또 다른 빅테크 거물의 방한 가능성도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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