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의대 증원 ‘사회 갈등 유발’ 정부가 자처한 꼴
위법이라더니 전공의 이탈하자 PA간호사 활용한다니
비대면 진료 규제할 땐 언제고 의료 공백 줄인다고 활성화
현 의대 정원의 65%를 일시에 늘리는데, 정부는 아무 준비 없어
[뉴스투데이=산업2부 부장대우] 정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해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무능, 무계획이 함께 드러나 실망이 크다.
2‧3차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환자 관리 체계에 허점이 노출됐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까지 파업 카드를 꺼낼 경우 의료 선진국이라 표방한 국내 의료시스템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백일하에 드러났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2‧3차 의료기관이 제기능을 못하자 공공병원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공의들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공공병원마저 머지 않아 환자 포화상태에 도달해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정부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은 PA간호사의 활용이다. PA간호사는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다. 간호 업무를 하지 않지만 간호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료계는 '유령 간호사'라고 부른다.
필수의료 분야에 전공의가 없다보니 PA간호사가 전공의나 교수 ID로 병원 시스템에 접속해 약 처방을 한다. 또 시술부터 간단한 수술까지 암암리에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모두 PA간호사가 불법인 만큼 근절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의료 현장에서 위급한 환자가 몰리는데도 의사가 없으니 간호사가 그동안 쌓은 내공으로 의료 행위를 하라는 하는 것과 같다.
의료 시스템 붕괴를 우려한 정부가 PA간호사 존재를 인정하고 면허 범위를 넓혀준 것이다. 그동안 의사 수가 부족해 PA간호사가 대신한다는 것을 앞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암암리에 묵인해온 정부의 무능함이 이번에 유감없이 드러났다.
정부는 그동안 엄격하게 관리해온 비대면 진료의 문턱도 낮췄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성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망 사업으로 낙점하고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창업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관련 법령이 없다"며 비대면 진료에 규제를 가했고 업계 1위 기업부터 하위기업까지 사업 중단과 축소를 선택해야 했다.
이런 복지부가 의료 대란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자 비대면 진료 사업을 풀어 놓은 것이다. 덕분에 비대면 관련 기업 주가만 급상승시켜 놓았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 공백이 있으니 2‧3차병원에 가는 대신 동네병원을 가라고 유도하다가 동네병원도 사람이 많을 수 있으니 비대면 진료를 받으라고 강권하는 모양새다. 동네병원 의사는 한정돼 있는데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를 같이 보라는 얘기는 진료의 효율성은 안중에도 없는 접근법이다.
법률 근거가 미약한 비대면 진료를 놓고 정부가 편의에 따라 시행했다 안했다를 반복하는 것은 관련 업계에는 '희망고문'이고 의료 소비자들에겐 혼란만 주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윤석열 정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의대 정원만 늘리겠다고 한 것이다. 현 의료 교육 시스템 상 2000명 일시 증원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국립‧사립대, 의전원을 포함해 40개교의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65.45%의 정원이 순식간에 늘어나는데 교육 인프라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료인들의 반론은 수긍할 만하다.
문재인 정권 때 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의사 단체들과 강대강으로 맞붙은 전례가 있는 만큼 의대 정원 증원은 의료 대란을 낳을 것이라는 것쯤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회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꼼꼼하게 준비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실현 가능성 있는 로드맵을 준비했어야 한다. 갈등을 봉합할 아무런 계획이 없으니 여당이 총선 비책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꺼내 놓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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