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책임경영과 그룹 경쟁력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그동안 형제경영 체제를 유지해 온 효성가(家)가 2개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한 분할·독립 경영을 시작으로 계열분리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조현준 효성 회장은 섬유, 중공업 등 전통 사업 영역을 토대로 효성의 미래를 이끌어갈 전망이다. 이에 비해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등 6개 회사가 존속된 ㈜효성신설지주를 이끈다. 기존 전통 사업의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함께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할 조현준 스타일의 효성 청사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뉴스투데이>는 효성이 추진하는 분할·독립 경영 재편 배경을 살펴보고 조현준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섬유·중공업 사업 전략을 살펴보는 시리즈를 3편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형제 책임경영'과 '효성그룹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 잡아라'
효성그룹이 최근 2개 지주회사 체제 개편을 선언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27일 효성에 따르면 그룹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어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효성신설지주(가칭)’라는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은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회사분할 승인절차를 거친 뒤 7월 1일자로 존속회사 ㈜효성과 신설법인 효성신설지주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할 예정이다.
효성은 2018년 6월 ㈜효성을 지주회사로 두고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등 4개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는 형태였던 지배구조를 유지해 왔다.
효성그룹이 오는 7월 분할하면 조현준 회장은 ㈜효성을 중심으로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ITX 등을 이끌며 섬유와 중공업, 건설 사업을 펼친다.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등 6개 회사가 존속된 ㈜효성신설지주를 이끌어나간다.
자산 분할 비율은 존속 지주사 0.82와 신설 지주사 0.18 비율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기업 분할 계획 배경에 대해 “독립경영과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 자회사 성과 관리와 사업포트폴리오 관리, 소유지배구조 투명성 향상 등 지주회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고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업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각 사업부문 특성에 적합한 전문화된 집중관리와 최적의 사업전략 추진이 가능한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해 각 사업 부문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사업구조를 고도화해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립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와 함께 각 사업에 특화된 빠르고 전문적인 의사결정 체계와 사업구조를 만들어 경영 효율성과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수익성을 강화하고 경영위험은 분산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사업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재편 시점은 7월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효성그룹은 오는 6월 임시 주총에서 이변이 없는 한 회사분할 승인절차를 마무리하고 7월 1일 효성과 ㈜효성신설지주 등 2개 지주회사 체제로 나아간다.
재계는 효성의 이번 조치가 지주사 신설을 통한 독립 경영 체제와 향후 계열 분리 절차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효성그룹이 그동안 보여준 지분구조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 지분율이 21.94%, 조현상 부회장 지분율이 21.42%로 두 사람 간 지분율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계열 분리 후 ㈜효성에 존속될 효성티앤씨는 조현준 회장이 지분 14.59%를 가지게 되지만 조 부회장은 지분이 전혀 없다.
반대로 ㈜효성신설지주에 속하게 될 효성첨단소재는 조현상 부회장이 지분 12.21%를 가지게 되며 조현준 회장 지분은 전혀 없다.
조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효성중공업(4.88%)과 효성화학(6.16%) 지분율 역시 추후 계열 분리가 이뤄지면 지분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효성은 회사분할결정 공시 자료에 ‘향후 법적 요건 등 제반 여건이 갖춰지면 분할신설회사와 그 산하 자회사 계열 분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해 계열 분리는 시간 문제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 사람 아버지인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가진 ㈜효성 지분 향방에 주목한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효성 지분율이 10.14%로 두 아들에 이은 3대 주주다.
그는 2018년 12월 이후 2년 이상 ㈜효성 지분을 매입하지 않았지만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장내매수 방식을 통해 지분을 기존 9.43%에서 10.14%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또 ㈜효성 외에 △효성첨단소재 10.32% △효성티앤씨 9.09% △효성중공업 10.55% △효성화학 6.3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효성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이 승계의 ‘캐스팅보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두 아들이 경영권 다툼을 피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어 조 명예회장이 ㈜효성 지분을 균등하게 배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효성그룹이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형제 공동경영’ 체제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두 형제가 잡음없이 순조롭게 공동경영을 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른바 '형제의 난’ 가능성을 모두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10년 전인 2014년 승계구도에서 밀려난 차남 조현문 전(前) 부사장은 회사 지분을 전량 매도하고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후 조현문 전 부사장은 조현준 회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하며 시작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 리스크가 지금까지도 효성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차남과 갈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남과 삼남 간 경영권을 놓고 또 다시 다툼이 일어난다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과 미래성장동력 확보가 재계 당면 과제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다면 ‘백년 기업 효성’이라는 목표도 좌초 위기에 놓인다.
재계 전문가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조 명예회장이 가진 지분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효성 승계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특정 자녀에게 몰아주기보다는 공평하게 분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