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못 미친 '밸류업 프로그램'에 보험사 주가 '와르르'
급등하던 한화손보‧흥국화재 등 저PBR 보험사 주가 11%대 하락
삼성생명‧화재‧한화생명‧DB손보 등 대형사도 일제히 주가 낮아져
'배당재개‧확대' 기대감에 상승하던 주가 하락에 업계 '일시적' 반응
"기업가치 아닌 정책 기대감 반영된 결과…주주가치 제고 노력 지속"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되면서 치솟던 보험사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강제성 없이 자율에 맡긴 데다 구체적인 인센티브 내용도 부재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금융위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 1회 자율 공시하게 된다. 기업가치 개선 계획에는 '현황 진단→목표 설절→계획 수립→이행 평가‧소통'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국내 보험사 주가는 그간 밸류업 지원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연일 상승세를 보여왔다. 특히 대표적인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주로 분류되는 한화손해보험과 흥국화재가 급등세를 보였다. 주가를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를 나타내는 PBR이 1 미만인 경우 기업의 시장가치가 장부상 가치보다 낮게 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험업종은 대표적인 저PBR주로 꼽힌다. 국내 상장 보험사 11곳의 이달 23일 기준 PBR은 0.5배로 코스피 평균인 0.97배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국내 상장 보험사 가운데 PBR이 1을 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한화손해보험의 주가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지난달 17일 이후 상승세를 보여 왔다. 지난달 17일 종가 기준 3900원을 나타내던 한화손보의 주가는 이달 23일 5550원으로 42.3%나 올랐다. 같은 기간 흥국화재 주가는 2910원에서 5700원으로 95.9%로 급등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예정되면서 보험사 주가는 배당 재개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며 상승세를 보였다. 2019년 이후 5년간 현금 배당을 하지 않은 한화손보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적극적인 주주환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화재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배당 재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향후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배당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미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을 발표했다. 삼성생명은 주당 배당금(DPS)을 3000원에서 3700원으로 올렸고 배당총액도 5387억원에서 6644억원으로 확대했다. 삼성화재는 DPS를 1만6000원(보통주 기준)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26일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후 보험사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상장사의 계획 마련과 공시를 자율에 맡기고 구체적인 인센티브는 나오지 않아 정책 기대감에 투자를 한 주주들의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보 주가는 23일 5550원에서 26일 4930원(-11.2%)으로 급락하며 마감했다. 흥국화재 역시 5700원에서 5020원(-11.9%)원으로 떨어졌다.
대형 보험사들의 주가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삼성생명은 23일 9만5600원에서 26일 9만2200원(-3.56%)으로, 삼성화재는 30만8500원에서 30만원(-2.76%)으로 하락했다. 이외 한화생명 –9.6%, 현대해상 –7.1%, DB손해보험 –11.2% 등 줄줄이 떨어졌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원론적인 측면에서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기존에 언론에서 보도됐던 내용 중심이었으며 기업 자율에 초점을 맞춰 투자자들의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되기까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 "수급 측면에서는 배당소득세의 분리과세 기대감, 기업의 이행 측면에서는 강제성 부여 여부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배당 확대‧재개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하던 와중에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배당 확대‧재개 기대감에 상승하던 보험사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면서 "다만 보험사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배당을 재개하거나 확대하면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반등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상반기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할 예정인 만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당국이 추가적으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만큼 아직 반등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서 "주총을 통해 배당 계획이 발표되고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 다시 주가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전에 보험사 주가가 급등한 것은 기업가치에 변화가 있어서라기보다 정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여건 내에서 주주환원을 확대해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애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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