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이중근 회장의 출산장려금 1억원이 상기시킨 정부의 두 가지 정책과제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대한민국이 심각한 저출산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획기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의 효율적인 입법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록한 이후 매년 줄어들어 2022년 0.78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의 합계출산율 평균인 1.5명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인 2.1명에 턱없이 모자란다.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가임기간(15세~49세)에 낳을 수 있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저출산이 지속되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에 고착화되고 반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한국은행 거시경제연구실은 지난해 12월3일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연구를 통해 "현재 출산율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면 우리나라 추세성장률은 2050년에 68%, 2060년에 80% 확률로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다"라며 "출산율은 국민 경제의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출생 인구가 부족해서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처한 국가 경제는 다시 오름세로 반등할 확률이 매우 낮다.
저출산을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 등에서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많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역대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통해 △1차(2006년~2010년) 20조원 △2차(2011년~2015년) 62조원 △3차(2016년~2020년) 153조원 △4차(2021년 이후) 273조원 등 총 300조원을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출산율은 매년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출산지원책을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가 총 4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놨지만 압축적 근대화를 통해 산업 사회를 만들면서 국민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보다는 '정부가 이끌면 너희는 따라와'식의 국가 운영 기조를 유지하다 보니 출산율 상승효과를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11월27일 발표한 '저출산 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이유 1위는 경제적 부담(40.0%)으로 응답자 76.5%가 저출산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5대 핵심 분야와 주요정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로 ‘양육비용 부담 경감’(33.9%)을 꼽았다.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려면 국민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경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민간 기업은 정부 규제나 예산 문제로 출산 장려책을 섣불리 시행할 수 없다. 경제적인 여력이 있는 민간 기업은 출산 장려 정책을 마련해도 높은 세금 장벽이나 법의 규제에 막혀서 실천이 어려워진다. 최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자녀를 출산한 사원에게 1억원의 장려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나 높은 세금 장벽에 가로막혀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부영은 1억원의 출산지원금을 '증여' 형태로 사원에게 지급해 세금 부담을 줄이기로 했지만 정부는 사례가 없다며 '근로소득'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지시대로 1억원을 증여가 아닌 근로소득으로 지급하면 8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부영 직원은 1억8000만원에 누진 세율을 적용해 48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에 1억원을 증여로 지급하게 되면 근로자는 10%의 증여세율에 맞춰 1000만원만 내면 된다.
따라서 출산 지원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 혜택을 강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부영은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근로소득이 아닌 증여로 처리해 세금을 1000만원만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8일 "여러 방안을 고민중이다. 구체적인 답은 3월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간 기업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면 정부는 세제 혜택과 재정 보조 등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효율적 입법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양질의 출산 장려책을 펼 수 있다. 대주주의 자본이 사원의 출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되는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에 더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출산 장려를 위한 세제 혜택을 적용하거나 비과세 한도를 상향하는 방식의 개편이 대기업 직원들의 출산 장려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려금을 줄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지난 18일 발표한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2년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을 신고한 근로소득자는 47만2380명으로 전체 과세대상 근로소득자의 2.3%에 그쳤다. 신고액은 총 3207억원으로 1인당 67만9000원으로 드러났다.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을 받지 못한 근로소득자가 97.7%에 육박하는 것이다. 부영의 출산 장려금 1억원은 그림의 떡에 불과한 중소기업 재직자의 편에서 더 촘촘한 출산지원 정책이 입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