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4.02.20 08:13 ㅣ 수정 : 2024.02.20 08:13
ESG채권 발행사 중 신규 기업 33% 수준 ’21년 발행사 154개 중 88개 지속 발행 無 한신평 “다변화 저하·자금배분 편중 심화” 녹색채권 정책 효과 有…“올해 지원 증액”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시장의 고착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새로운 발행사가 줄어들고 기존 발행사의 연속적인 발행이 위축되는 동시에, 소수의 상위 기업만 발행을 이어가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시장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ESG채권 발행 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로 평가되는 가운데, 환경부가 올해 녹색채권 지원 예산을 늘리기로 하면서 발행 증가를 견인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이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채권(SRI) 세그먼트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ESG채권 발행에 참여한 신규 발행사 수는 24개사로 전체 참여사의 33%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발행사 규모와 비중(121개사·85%)과 비교해 현격히 감소한 수준이다.
또 2021년까지 ESG채권 발행에 참여한 154개사 중 절반이 넘는 88개사가 2022년 이후 단 한 차례도 ESG채권을 발행하지 않는 등 참여사의 지속성이 끊기는 모습도 나타났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을 제외한 전체 ESG채권 발행액도 총 42조원으로 전년(42조3000억원) 대비 0.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녹색채권(7조4000억원)과 사회적채권(31조3000억원)은 각각 26.3%와 2.9% 증가했으나, 지속가능채권(3조3000억원)은 44.2% 감소했다.
발행사 유형별 비중은 공기업과 금융사가 각각 47.6%와 33.8%를 차지해 공기업과 금융사 위주의 발행 구조가 이어졌으며, 일반기업과 유동화전문회사(SPC)는 각각 7.2%와 11.4%에 불과했다.
지난해 발행금액 1조원 이상의 상위업체는 △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신보2023유동화SPC(신용보증기금, 1~24차 합산)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장학재단 △예금보험공사 등의 순으로 집계됐는데, 이들을 포함해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ESG채권 발행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2.1%로 상위 발행사에 대한 집중도가 심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행된 ESG채권 조달자금 151조9000억원(지속가능연계채권 제외) 중 환경 프로젝트와 사회 프로젝트에 배분된 자금은 각각 36조7000억원(24.2%)과 109조9000억원(72.3%)이다. 자금 배분이 많이 이뤄진 상위 3개 프로젝트는 모두 상위 프로젝트였으며, 녹색 프로젝트 중에선 ‘친환경 교통수단’이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았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한신평은 지난해 ESG채권 시장의 문제점으로 △소수 발행사 고착화 △발행기업 다변화 저하 △환경 프로젝트별 자금배분 편중도 심화 등을 지적했다.
조정삼 한신평 재무평가본부 팀장은 “지난해 발행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점차 소수 발행사만 지속적으로 ESG채권을 발행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발행 참여사 수가 축소되고 상위 업체의 집중도도 상승하는 등 발행기업 다변화도 저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핵심 수단 중 하나인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가 급감하고 친환경 교통수단 프로젝트로 녹색채권 조달자금 배분이 편중되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ESG채권 시장이 부진했으나, 환경부가 진행한 ‘한국형 녹색채권·녹색자산유동화증권 이차보전 지원사업의 효과가 나타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두 지원사업으로 총 29개 발행사에서 4조7852억원이 발행돼 지난해 전체 녹색채권(7조4000억원)의 64.6%를 차지했다.
환경부는 올해도 녹색채권 지원을 강화해 긍정적인 시장 기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달 31일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지원사업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는 채권 발행액의 0.4%, 대기업과 공공기관에는 0.2%에 해당하는 이자 비용을 각각 지원한다. 지원 기간은 채권 발행일로부터 만 1년이다.
장기복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녹색채권은 대표적인 녹색금융상품으로,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해 금융시장의 녹색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녹색채권 발행 지원 시범사업 등을 실시한 환경부는 올해에도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지원 예산을 137억원으로 늘리고 발행기관을 넓히는 등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과 유럽연합(EU)의 공시 기준 등 올해 시행에 돌입하는 제도가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