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삼성전자 노조원이 급증한 이유...15조원 적자 나도 성과급 달라는 DS 부문이 주도

박진영 기자 입력 : 2024.02.15 19:35 ㅣ 수정 : 2024.02.15 19:35

DS 부문 지난해 반도체 불황에 적자 15조원…올해 성과급 미지급 계획 발표
삼성전자 노조원 15일 현재 1만 7500명. 이번 달 첫 주에 3000명이 추가 가입해
전삼노, " OPI 미지급은 최고 경영자 실수를 직원이 감당하는 것, 있을 수 없는 일"
사측, "DS 부문 대규모 적자 상황, 경영 정상화로 흑자 전환 먼저 이뤄야"
누리꾼들, "대규모 적자에도 호황 때처럼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 국민적 공감 얻기 어려워"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연 '삼성연대 2024년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이재용 회장이 직접 노조와 소통할 것'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직원들이 빈 봉투 성과급을 받으면서 노조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사측은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적자를 내도 성과급을 요구하는 행태에 대해 '대기업 노조의 배부른 반발'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DS 부문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을 연봉의 0%로 책정했다. 앞서 목표달성장려금(TAI)은 지난해 상반기 기본급의 25%에서 하반기 12.5%로 절반 이상 줄었다. 

 

OPI(Overall Performance Incentive)는 삼성전자 각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이익의 20% 한도로 연봉의 50%까지 연초에 한 번 지급하는 것을 말하고, TAI(Target Achievement Incentive)는 기본급의 100% 한도로 매년 상반기, 하반기에 나눠서 지급하는 장려금이다.

 

DS부문 직원들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봉의 50%를 OPI로 받았다. 매년 받던 성과급 봉투가 빈 종이가 되면서 직원들 불만이 높아지고 노조 가입률이 높아졌다. 15일 기준 총 1만7500명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 가입했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명 중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로 앞으로 가입자 증가폭이 커질 경우 노사 합의에 의해 OPI 지급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전삼노 가입자수가 어느 정도 늘어날지가 노사 합의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9000명 규모를 유지하던 전삼노 조합원 수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에 성과급 예상률 지급률이 공지되면서 약 1250명이 동시 가입해 1만명을 넘었다. 

 

이후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계 불황속에서도 약 400만원(현금 200만원+자사주 15주)의 격려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에 지난달 마지막 주 약 900명이 더 늘었다. 이어 OPI 지급률이 확정‧발표되고 경계현 DS부문 사장이 직원과 소통한다고 온라인 채널인 '위톡'에 모습을 보이자 예상치 못한 부작용 발생했다. 이번달 첫 주에 약 3000명이 노조에 추가 가입했다.

 

최근 직원 주머니에는 빈 봉투 성과급만 넣어주고 임원에게는 평균 2억5000만원 성과급을 준다는 반발이 거세지면서 전삼노 가입자 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전삼노 가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실적이 없으면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사측의 원칙적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지난달 30일 교섭에서 삼성전자 노조 측은 DS 부문 격려금 지급 계획이 없는지 물었고, 사측은 "DS 부문이 대규모 적자인 상황에서 흑자 전환 등 경영 정상화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 측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흑자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적자인데도 격려금을 지급했다"며 "HBM과 관련해 최고 경영자의 판단 실수로 하이닉스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적자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왜 그 피해를 직원에게 떠넘기나"고 따지면서 "삼성전자는 성과급이 임금의 30%를 차지하는데 임금 변동성이 커 안정성이 낮다"며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사측은 "DS 부문의 대규모 적자 상황에서 경영정상화가 우선이다"고 재차 반복하며 협상의 선을 그었다.

 

이날 노측은 지난달 전삼노 홈페이지 방문수가 7만2686명이고, 노조 가입수도 최근 2개월 사이 약 4000명 늘어난 점을 강조하며 사측이 상여급 지급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대규모 노조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사측을 압박했다. 

 

그러나 적자가 난 DS부문도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삼성전자 노조의 주장에 시선을 보내는 누리꾼도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종사자보다 몇 배 높은 연봉을 받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업황이 악화돼도 호황때처럼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DS부분 OPI가 매번 50% 지급된 것은 아니다"라며 "업황이 나빴던 2019년에 29%, 2020년에 47%가 지급된 바 있다. 심지어 2008년은 1.4%, 2012년은 18.2% 지급됐는데 실적이 개선되면서 다시 50% 지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