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1조 클럽’ 실종된 증권가…부동산에 희비 엇갈려

임종우 기자 입력 : 2024.02.13 08:30 ㅣ 수정 : 2024.02.13 08:30

영업익 1위 메리츠證, 전년比 19% 감소한 8813억원
증가율 선두 ‘177.6%’ KB證…연간 영업익 6802억원
감소율 1위 하나證, 영업손실 3340억원 ‘적자 전환’
부동산 여파 막대…“올해 실적 개선·주주환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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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가 자취를 감췄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확실성과 전년 대비 감소한 주식시장 거래대금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사이에선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에 따라 희비가 명확하게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관련 충당금을 많이 쌓은 증권사는 실적이 감소하는 한편, 비교적 익스포저에서 자유로운 증권사들은 실적이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위권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증권사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키움증권은 이달 14일,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15일에 각각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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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투데이]

 

실적이 발표된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연간 88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가장 높은 실적을 냈다. 이어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이 각각 7406억원과 7258억원을 벌어들이며 2·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증권은 6802억원으로 4위에, 미래에셋증권은 5110억원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6위와 7위는 각각 신한투자증권(2531억원)과 대신증권(1840억원)이 차지했다. 하나증권은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손실 3340억원을 기록해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과 키움증권의 경우, 에프앤가이드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가 각각 8845억원과 6463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실적 결과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은 메리츠증권을 제치고 선두를 탈환할 가능성이 있으며, 키움증권은 KB증권과 중위권에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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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투데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난 증권사는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4개사며, 한국투자증권은 컨센서스 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가율 1위는 KB증권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77.6% 급증했다. 이어 신한투자증권이 109.2% 상승해 100%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당기순이익은 75.5% 급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컨센서스 상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62.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증가율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어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39.2%와 28.1% 증가했다.

 

반면 영입이익이 줄어든 증권사는 하나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등이며, 같은 기간 키움증권의 영업이익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증권은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해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뒤이어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이 38.8% 감소했다.

 

대신증권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4% 줄었으나, 당기순이익은 18.7%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은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19.3% 감소했다. 키움증권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부동산 익스포저의 규모를 증권사 실적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대체로 영업이익이 증가한 증권사들의 사업구조는 부동산 대비 리테일 비중이 큰 반면, 감소한 증권사들은 리테일 비중이 비교적 작거나 부동산 사업을 크게 벌인 경우가 많았다.

 

상장 증권사 중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NH투자증권의 경우 부동산PF와 해외 부동산 펀드 관련 충당금 및 손상차손 등이 약 6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다른 경쟁사 대비 작은 규모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에 대해 “부동산PF와 해외 부동산 모두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충당금 관련 우려가 작다”며 “올해 순이익은 약 7%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며, 불확실성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상장사 중 영업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중 약 3500억원 규모의 투자목적자산 평가 손실이 반영되는 등 부동산 관련 여파가 실적 부진을 이끌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예상대로 대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법인이 보유한 각종 투자목적자산에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했고, 금융당국 권고로 보수적인 부동산PF 충당금을 적립한 점과 태영건설 관련 충당금 적립에 기인한 실적”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에 대해 지난해 부동산 우려로 실적이 부진했으나, 올해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등에 따른 주가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 업종은 부동산PF 익스포저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어 관련 우려 해소 전까지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상승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주주환원 정책과 더불어 올해 실적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부동산PF 익스포저가 적고 주주친화적 환원 정책을 제시하는 증권사에 대한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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