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융사고 사후약방문 수습은 낭비, 교육 시스템 구축돼야

임종우 기자 입력 : 2024.01.22 08:24 ㅣ 수정 : 2024.01.22 08:24

저서 ‘괴짜 경제학’ 성공 비결에는 쉬운 경제 갈망하는 대중적 요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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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초등학생의 말장난 같은 이 이상한 질문들은 다름 아닌 2005년 출간된 경제 베스트셀러 ‘괴짜 경제학(Freakonimics)’의 목차들이다.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교사와 스모 선수에게서 인센티브라는 공통점을 설명하고,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에게선 자본시장 내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마약 판매상에게선 사회 통념의 허점을 드러냈다.

 

괴짜 경제학은 저자인 레빗 교수가 개정판서문에서 “누가 이 책을 돈 주고 사서 읽기나 할 것인지 의심스러웠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기존 경제학 저서와 동떨어진 문법을 가졌지만, 발매된 지 약 4년만인 2009년에 전 세계 판매 부수 400만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문득 이 책이 떠오른 것은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금융당국은 최근 홍콩H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주요 판매사들에 대한 현장 점검과 민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일까지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원금 손실액은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상품 기준으로만 2296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8일 처음 원금 손실이 확정된 후 11일 만이며, 해당 기간 전체 손실률은 52.7%에 달했다.

 

손실을 본 다수 투자자들은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면서 시위에 나섰다. 실제로 해당 집회에는 고령층과 사회 초년생, 전업주부 등 금융 취약계층이 다수 모이기도 했다.

 

불완전판매의 진위 여부에 앞서 당연히 선행돼야 하는 것은 판매사들의 신뢰도 제고지만, 이 배경에는 국내 금융교육의 부재가 치명적이다. 해당 시위에 모인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이 예금과 적금의 차이마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히 ‘손실은 투자자의 몫’이라고 말하기에는 금융 지식에 대한 부족으로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자신의 미래를 의탁하게 하는 현 세태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상품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니 ‘금융기관이 나보다 더 잘 알겠지’ 하는 식으로 금융기관들이 하는 말과 추천하는 상품을 사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 지식 부재의 문제는 비대면 시스템이 확장되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전화 몇 통으로 수십년 간 모아둔 재산이 원금의 모두, 혹은 그를 초과하는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에 맡겨질 수도 있다.

 

투자와 재산 불리기에 대한 대중의 수요는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에 앞서 금융 상품에 대한 이해 공백으로 ‘얇은 귀’의 대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를 이용하는 범죄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원작자조차 읽힐지 의심했던 괴짜 경제학의 흥행 기저에는 비교적 쉽게 경제를 접하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수요가 강하게 작용했다. 해당 저서의 전문성과 논리성이 부족함에도 숫자와 그래프로 점철된 정석적 경제학보다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결함 있는 경제적 지식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태동하면서 쉬운 경제적 지식에 대한 대중의 갈망은 더 크게 표출되고 있다. 경제 외에 다른 이야기도 가볍게 풀어내는 유튜버 슈카월드의 구독자는 300만에 육박하고 있고, 또 다른 경제 유튜버 삼프로TV의 구독자 수도 240만에 달한다.

 

국민들의 경제 IQ가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교육 공백이 사적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제는 금융 지식이 공적인 공간에서 채워져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사회탐구 영역에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제 영역을 선택하는 비중은 항상 최하위였다. 2022년부터는 2%선마저 붕괴되며 1%대의 선택률이 나타났다.

 

금융사고에 대한 사후약방문적인 수습은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조사와 수사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이를 예방해야 하는 금융사들의 시스템 구축 비용, 그리고 가장 큰 투자자들의 손실이 그것이다.

 

이에 앞서 전 국민에게 기초적인 금융교육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누군가의 미래에 손해를 입히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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