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세대교체' 마침표 찍기 위한 남은 과제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입사 11년만에 39세 나이에 그룹 최고 경영진
이 부회장 경영능력 입증· 코오롱 지분 승계 '넘어야 할 첫 관문'
코오롱그룹 수소사업 가치사슬 구축해 그룹 미래 전략 수립 주도
이 부회장, 코오롱FnC 근무할 때 매출액 가파른 하락세 나타내
수소 밸류체인, 두드러진 성과 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
새 모빌리티 서비스 브랜드 '702'에서 가시적 성과 거둬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재계 경영권 승계 시계추가 최근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규호 (주)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40·사진)의 경영 행보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 부회장은 오너가(家) 가운데 승진가도를 빠르게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대내외에 그의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코오롱그룹 오너 4세인 이규호 부회장은 2012년 차장으로 입사한 후 △2014년 부장 △2017년 상무 △2018년 전무 △2020년 부사장 △2022년 사장 그리고 △2023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입사 11년 만에,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초고속으로 그룹 최고 경영진 자리에 오르며 ‘금수저 승진’이라는 용어를 낳았다.
코오롱은 이 부회장 승진 배경에 대해 안정 속 ‘미래가치 성장’에 중점을 두고 그의 자동차유통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고객 중심의 사업틀을 만들어 지속 성장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경영능력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가 부사장, 사장 승진할 때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지주사 ㈜코오롱 보유 지분은 단 한 주도 확보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영능력 입증과 지분 승계가 ‘이규호의 코오롱’을 본격화하기 위해 그가 넘어야 할 첫 번째 허들이다.
■ 차장으로 입사 11년 만에 부회장…그룹 미래 먹거리 진두지휘
17일 재계에 따르면 코오롱은 지난해 12월 ‘2024 코오롱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코오롱모빌리티 대표이사 사장 이규호 부회장을 지주사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승진 배경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2019년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하 코오롱FnC)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 온라인 플랫폼 구축, 글로벌 시장 개척, 새로운 트렌드 변화에 따른 브랜드 가치 정립 등으로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부회장이 2021년부터 지주사 CSO(최고전략책임자)를 겸직하며 그룹을 대표해 최고경영자 수소기업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에 참석해 코오롱그룹 수소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을 이끌어 코오롱그룹의 미래 전략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부회장이 지난 3년간 코오롱그룹 자동차유통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올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며 “최근 코오롱만의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를 아우르는 ‘702’ 브랜드를 론칭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등 고객 중심의 사업 초석을 다졌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승진과 함께 ㈜코오롱 전략부문을 이끌게 됐다. 이에 따라 그는 신설 조직인 전략부문을 그룹의 미래 가치 향상과 사업 혁신의 핵심축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그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진두지휘했다.
■ 뚜렷해진 코오롱가(家) 승계…안착까지 험로 예상
지난해 12월 인사로 코오롱가(家) 승계 구도가 이 부회장으로 굳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확실한 승계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코오롱그룹 내부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경영능력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외부 시각은 온도차가 크다.
코오롱은 이 부회장이 코오롱FnC COO 전무로 근무할 때 지속 성장 기반을 다졌다고 밝혔지만 당시 실적은 실망스럽다.
그가 코오롱FnC에 근무할 때 매출액은 △2018년 1조456억원 △2019년 9729억원 △2020년 8680억원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은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각에서는 코오롱FnC 매출이 이 부회장 재임 이전에도 하향 곡선을 그렸고 특히 2019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받았다며 그의 경영 자질을 논하기는 무리라는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거리가 먼 시점에 코오롱FnC에 근무할 당시 매출액이 △2015년 1조1516억원 △2016년 1조1372억원 △2017년 1조967억원으로 이미 하락 국면을 맞이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영향이 이어졌던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매출 1조181억원과 1조2286억원을 기록해 다시 1조원대에 진입하며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회복세에 대해 코오롱FnC는 2~3년 동안 축적의 시간을 통해 △주력 브랜드 약진 △골프 브랜드의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축 △신규 온라인 브랜드의 시장 안착 등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는 이 부회장 재임 기간부터 내실을 다져온 영향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코오롱FnC 성장세가 꺾인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공로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부회장은 2021년 부사장 시절에 2030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그룹 수소사업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그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참여를 공식화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 △코오롱플라스틱 등 4개 계열사 역량을 한 데 모은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다만 수소사업은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수소사업에 따른 실적을 일궈냈다고 보기에는 아직 무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자동차 사업도 비슷하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을 이끌 당시 그룹 자동차유통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21년 코오롱글로벌 총 매출 4조7495억원 가운데 자동차부문에서 약 2조원을 일궈냈다.
그는 지난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키고 코오롱만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아우르는 ‘702’ 브랜드를 선보여 새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실적은 △지난해 1분기 매출 4033억원과 영업이익 89조3000억원 △2분기 매출 6115억원과 영업이익 134억원 △3분기 매출 5995억원과 영업이익 53억원으로 출범 첫 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은 이 부회장 취임 이전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 부회장 재임 전인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매출은 △2016년 9220억600만원 △2017년 1억1916만원 △2018년 1억1481만원 △2019년 1억1328만원 △2020년 1억4436만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실적은 인적분할 이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성장세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하려면 그의 핵심 작품이라고 알려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새 모빌리티 서비스 브랜드 ‘702’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702가 지난해 하반기에 출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성과는 올해에나 기대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승계 정당성 확보 과제를 해결해야 지분승계 숙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룹 지주사 ㈜코오롱 최대주주는 이 부회장 아버지 이웅열 명예회장이며 이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49.74%다.
과거 이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나는 기회를 주는 것이고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경영 승계가) 가능하다”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코오롱 지분이 아직까지 단 한 주도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명예회장이 강조한 승계를 위한 경영성과 기준에 이 부회장이 아직 못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재계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이번 승진이 단순히 경영성적만을 기준으로 이뤄진 인사가 아니라고 풀이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뉴스투데이에 “지금 재계 인사 트렌드는 승진이 빨라지는 추세로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의선 HD현대 부회장이 비슷한 사례"라며 "앞으로 그룹을 이끌어갈 유력한 승계 후보 간 지위를 맞추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일선 소장은 “현재 회사를 이끄는 오너 나이 등을 고려해 혹시 모를 경영공백이 발생해도 승계자가 조직을 빨리 장악하기 위한 취지도 있을 수 있다"며 "예컨대 상무보다는 사장이라는 직위가 조직을 장악하기에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또 “승계작업의 마침표는 지분 승계다. 이 부회장은 외아들이기 때문에 승진은 사실상 결정됐다고 보는 게 맞고 결국 아버지 지분은 이 부회장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처럼 형제간 지분 싸움이 없는 무혈집단은 자신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계의 관계자는 “승계구도가 확실해진 이 부회장은 향후 경영성과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지분 등 승계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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